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12년의 나는 연애도 사랑도 일도 인간관계도 모든 것이 너무 힘들고 지쳐있었다.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기 계발에 몰두했었다. 운동하고 독서하고 명상하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다. 너무 나약한 내가 싫었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그 무렵 내가 싸이월드 블로그에 이런 일기를 썼었다.
마음이 꽉 참 사람.
마음이 꽉 찬 사랑.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랑.
내가 꿈꾸는 사람.
내가 꿈꾸는 사랑.
완벽해서 부담스러운 사람보다는
부족한 듯 하지만 인간미 있는 사람.
내 안에 있는 그 무엇을,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그 무엇을
알아봐 주는 사람.
내 내면에 있는 그 모습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마음 씀씀이에서
따뜻한 표현 한마디에서 마음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
정말 사랑이 왜 그리도 힘들었는지 소소한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 무렵 싸이월드 "누나 나 기억해요?"로 시작하는 쪽지가 왔다. 운전 면허증 갱신을 하며 내 생각이 나서 싸이월드를 찾아보았고 여전히 싸이월드를 하고 있기에 쪽지를 보냈다고 했다. 잊고 지냈는데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오랜만이라며 답장을 보냈고 괜찮다면 연락처를 알려줄 수 있냐길래 그렇게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남편은 그 당시 울산에서 나는 대구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 바로 만나지는 못했고 가끔 통화도 하고 카톡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썸 타는 사이가 되었다.
나 29살 남편 27살 우리는 8년 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 만난 그날 내가 가진 원피스 중에 제일 예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우리 집 앞에서 남편을 다시 만났다. 남편은 세미 정장을 입고 왔는데 여전히 키 크고 잘생겼다. 피부는 또 왜 이렇게 좋은지... 8년 만에 다시 만난 우리는 랍스터를 먹으러 갔다.(진짜 나 꼬시려고 데려갔지 울 남편 정말 알뜰쟁이라 결혼하고 랍스터 먹으러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수성못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데 남편이 편지를 준다. 원래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이었나? 남편이 아직 도그 때 그 원피스 진짜 촌스러웠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잔잔하게 다시 만나다가 2012년 8월 12일 남편의 고백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진짜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남편은 그렇게 나와 멀어진 후에도 나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연애를 하는 와중에도 내가 계속 생각이 났고 나를 생각하며 싸이월드 배경음악을 "J에게" "엘리제를 위하여를" 해놓았다고 했다. 좀 귀엽네. 나를 계속 그리워하고 생각했다니 감동이다. 그간 싸이월드에 떠들썩하게 티 내며 연애했던 나의 지난 시간도 몰래몰래 지켜봤다고 한다. 내가 싸이월드에 쓴 일기를 보고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테지. 일기 속에 꿈꾸던 사람을 만나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남편 혹시 나한테 차인 거 복수하려고 큰 그림 그리고 있는 거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