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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나 Mar 27. 2023

엉킨 실타래

실마리를 찾기 힘들 때


꼬이고 엉킨 실타래처럼 내 마음과 머릿속이 엉켜 버린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풀어 보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엉켜버리는 머릿속에 깝깝하고 답답했던 어느 날. 무기력이 나를 찾아오고 있었다. 아무리 실마리를 찾아보려 애를 써보아도 실마리는 찾아지지 않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짜증스럽고 지치던 나날들이었다. 눈앞에 있는 엉킨 실타래를 보기만 해도 내 머릿속을 보는 거 같아 실을 보는 것도 싫었다.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욕심이 앞서 너무 많은 일들을 벌려 놓고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일이 있어 친정에 가게 된 어느 날  뜨고 싶었던 대바늘 인형 도안과 실을 챙겼다. 고향에 도착한 순간 자유로움을 느꼈다.  친정에 도착해서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챙겨간 실과 바늘 도안을 꺼내 코를 잡고 한코한코 떠내려갔다. (4mm 이하의 바늘과 가는 실로 뜨는 뜨개를 좋아한다. 바늘과 실이 작은 동작으로 한코한코 촘촘하게 만들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바늘과 실이 손에 착 붙는 느낌이다. 대바늘 인형은 솜이 들어가야 하기에 권장바늘보다 더 가는 바늘로 촘촘하게 떠내려 간다.) 한코 한코 떠가며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여유 없이 쫓기던 내 마음에 평화로움이 퍼지기 시작했다. 실과 바늘이 지나가는 한코한코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은 잠시 잊히고 순간순간 즐거움에 집중하게 되면서 마음이 차분해졌고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래 이렇게 여유롭게 뜨개를 해야 힐링이 되고 행복한데 일 뜨개만 하느라 지쳤었구나. 뜨개를 하며 내 마음이 힘들었던 원인을 정확히 알게 되었고, 차근차근 한코한코 집중하며 뜨면서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내기 시작했다. 한코한코 더해질수록 마음의 여유를 찾았고 좋아하는 뜨개를 하며 뜨개로 힘들었던 머릿속과 마음도 정리할 수 있었다. 술술 풀리는 마음에 참 편안해졌다.


이 순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로 힘들고 마음이 어지럽고 엉켜 버린 어느 날에도 뜨개를 하며 내 마음을 풀어냈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엉킨 날 마음을 풀어내는 데 뜨개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래서 내가 뜨개를 더 사랑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다.


뜨개를 하면서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게 된다. 실이 풀기 힘들 정도로 엉켜 버릴 때가 있다. 엉킨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 잘 풀어 나가면 매듭도 생기지 않고 좋겠지만  풀려고 애를 쓸수록 더 엉켜 버려 짜증이 나고 가위로 자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엉킨 실타래를 풀어냈지만 살다 보면 실타래를 끊어내는 게 나은 순간도 있다. 아무리 풀려고 애를 써보아도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엉키고 풀리지 않을 때는 끊어내는 것이 때로는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풀리지 않는 실을 풀려 애를 쓸수록 더 엉켜버리기도 하니깐!  그러다 또 어느 날은 아무리 애써도 풀리지 않던 실이 실마리가 보이며 매듭이 풀려 술술 풀리기도 한다. 뜨개  속에 인생이 있다. 인간관계도 어떠한 일들에서도 실마리가 빨리 찾아서 술술 풀리기도 하고 아무리 풀려고 애를 써봐도 더 엉키기만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순간은 영영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뜨개도 인생도 정답이 없다. 일단은 최대한 엉킨 실타래를 풀어 보려 노력해 보고  풀어내든 잘라내든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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