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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핫 Mar 31. 2023

3. 좋아해서 다행이다.

글과 그림과 마법

날씨가 많이 풀렸네


추위를 잘 타는 그녀가 웃으며 말한다.


봄이 오니 어김없이 작년 이맘때가 생각난다.

많이 불안정했고 많이 힘들어하던 그때.

같이 봄 맞으러 갔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 무렵 나는 유독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이 잦았다.

10대 시절을 회상하듯,

뭐가 그리 쓸쓸하고 힘들었는지.. 실소가 나온다.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했던가.

 우울의 결과가 오늘이라면

사라졌다 해도,

꽤나 그럴듯한 우울이었나 보다.




유년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공포심과 상상력을 자극했고,

경이로운 이야기들은 나를 밤늦게까지

책상 위에 앉혀놓았다.

중간중간 그려진 삽화는 또 어찌나 재밌던지.

삽화가 나올 때면 10분 이상을 멍하니 바라봤다.


영화도 참 재밌었지!

어머니 손을 꼭 잡고 갔던 극장에서 나와

그 감상을 한 참이나 떠들어대곤 했다.


아마 이 무렵이 내가

글과 그림의 힘을 처음 실감한 나이가 아닐까?

정말 마법같은 힘.


그때부터 학교의 여자아이들을 따라

남몰래 메모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그리진 못했다.

잘 그리고 싶은 마음에 모작하기 시작했다.


점점 익숙해지자 밑그림이란 걸 그리기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칭찬받기를 즐거워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취미로 남겼다.

그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경계선을 긋고, 때론 멀리하며 살았다.


그렇게 잊고 살다, 힘이 들어 지칠 때즈음 다시 찾았다.




다시 그림을 그리다, 여자친구를 만났다.


'내가 그림을 여전히 좋아해서 다행이다.'

'그대도 그림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내가 그대를 좋아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전히 생각 하곤 한다.


글과 그림에는 힘이 있다.

그래서 내 글은, 그림은

온전히 그녀를 향한다.


봄은 다시 왔지만 다음 주면 또 추워진다고 한다.

몇 번인가 내 남은 인생에 또 우울이 찾아온대도,

이제 내 글과 그림은 변함없을 것이다.




최근 '버킷리스트'가 하나 추가됐다.

동화책을 만들어볼까 한다.

따뜻한 그림이 들어간.


'오빠 어차피 힘들다고 금세 그만 둘 걸~'

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그러면서 속으로는 응원해주고 있는 거 다 안다.


추가된 이유는 간단하다.

글과 그림에는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꼬마 작가의 탄생을 기원하며.


이런 생각도 다 그녀가 있기에 가능하다.

' 재능이 언제까지나 빛나길 바란다'

고 말해준 그녀지만,


내 재능은 당신의 마법이라는 걸,

기억해 주길.


만나기전 선물로 그려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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