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직업인데 이렇게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 사십 대는 주로 매니저급(차지, 수선생님)이었고 평간호사로 사십 대에 일하는 분은 간혹 있었지만 한국 간호사 업무량과 강도가 워낙 세서 매우 체력이 좋지 않으면 사실상 일하기 점점 힘들어져 동네 작은 병원으로 옮기던지 그만두던지 하는 분들을 많이 봤지.
그런데 내가 이제 사십 대가 되었어. 체력이 확실히 떨어지지만 여기는 환자를 한국에서처럼 많이 보지 않고 집중해서 간호할 수 있어서 체력보다는 경력이 일하는데 더 도움이 되더라 그리고 나는 여기서 아직 어린애야. 같이 일하는 간호사들 중에 오십 대 육십 대도 많고 나이 많다고 뭐라 그러는 사람도 없고 서로서로 응원하면서 더 일할 수 있으면 일하라고 하고.
어떤 간호사는 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을 하고, 어떤 간호사는 인공고관절 수술을 최근에 받고 회복되는 동시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동료들이 박수 쳐주며 환영했지. 이민 온 거는 잘한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한국간호사 탈출한 거 내 인생 가장 잘한 일이야.
한국에서 간호사로 일할 때는 정말 기운 빠지는 일이 많았어. 일하는 강도도 컸지만 병원 내에서의 인간관계도 부당한 일도 많이 당했고 이래저래 힘든 일도 많았지. 그래서 한국에선 같은 간호사 친구들끼리 그렇게 술자리를 만들고 회포를 풀었지.
여기와 서는 술생각 일도 안나. 여기서 자리 잡고 간호사로 정식 등록되어 직장 구하기까지 쉽지 않았지. 영어에 담쌓고 살던 내가 갑자기 여기서 일을 하겠다 마음을 먹고 다들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 정말 눈에 피눈물 나도록 해야 된다는 그 말을 백 프로 실감했지. 정말 벽 보고 울었어.
내가 이것밖에 못하나 자책하며 노력하고 노력했지. 그리곤 난 해냈어. 적어도 여기서 농담하고 안전하게 환자케어하며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부분은 나 완전 내가 자랑스러워. 이제 연봉도 꽤 많이 받고 생활도 안정이 되었어. 여기 사람들도 너무 좋아 여유롭고. 그래도 십삼 년 이민생활이 헛되진 않은 거 같아.
한국에서처럼 태움 문화도 없고 아니 있지만 그럼 행동을 하면 제재를 받지 간호사 노조가 굉장히 잘 되어있는 나라가 뉴질랜드야. 그래서 일 진짜로 못해도 일 못한다고 갈구면 괴롭히는 거라 안되고 그 일 못하는 사람이 잘할 때까지 친절하게 알려주고 교육시켜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집단이지. 최근에는 간호사들의 급여인상에 노조에서 크게 기여를 해서 꽤 좋은 결과를 받아서 나 급여날이 되면 너무 행복해.
한국 간호사 할 때는 전문직으로 인정도 못 받았지 간호원 주제에 무슨 전문직이냐고 들 했지. 의사가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냐고 주사만 잘 놓으면 된다며 이쁘고 몸매 좋은 모델들에 간호사복을 입혀 성적인 캐릭터로 뿌리 깊게 남아있지. 간호사 이력서에 사진에 키 몸무게까지 적고 내 친구는 모 대학병원에서 163센티미터에 50킬로였는데 면접에서 좀 살집이 있네요? 이딴 소리를 들었었어. 정말 간호사들의 인권은 바닥이었어.
반대로 뉴질랜드에서 간호사 해보니 간호사 언니 예뻐요~ 이딴 소리는 쏙 들어가~ 이력서에 절대 사진도 몸무게도 적지 않아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것부터가 맘에 쏙 들더라고. 오롯이 학교 경력 간호사면허가 있는지 이게 끝. 나이도 안 적고 학점도 안 적어. 패스했음 된 거니까. 별 의미 없다는 거지.
실제로 일해보니 매니저들과 다른 직종의 의료인들 의사, 약사, 방사선사 등등등과 상대할 때도 굉장히 편하고 서로 이름 부르고 친근해. 잘 보일 필요도 없고 부당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하면 잘 고쳐보자며 미팅을 하지. 한국 같으면 바로 잘렸을 거야. 아니면 자르고 싶어서 괴롭히다가 스스로 그만두게 하던지.
자세히 쓰려면 사실 삼박사일 말해도 모자라지만 이 정도만 해둘게. 한국에서 간호사 하는 거 진짜 힘든데 거기서 버티고 있는 간호사들 진짜 보통 사명감들 아니야. 열심히 사는 사람들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