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체 조건이 남들에 비해 불리하다고 생각할 때
에디터 HO / 수영 경력 15년, 해양경찰청 수상구조사,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물에 들어갈때 뜨거워지는 사람입니다.
수영대회, 기록, 자격증, 기술등에 대한 글을 기고합니다.
이 글은 수영에 관한 글이긴 하지만 수영인만을 위한 글은 아니다.
당신의 신체 조건이 남들에 비해 불리하다고 생각할 때,
그렇기 때문에 하지 못한다고 좌절을 경험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상상해보자. 가상세계에 E-올림픽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는 사이버 상에서 가장 빠르고 완벽한 수영선수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아마 그들을 이렇게 커스텀 할 것이다.
• 큰 키를 가질 것
• 평균보다 긴 팔을 가질 것
• 평균보다 짧은 다리를 가질 것
• 큰 폐를 가질 것
• 좋은 유연성을 가질 것
더 깊이 들어간다면 추가적인 조건들이 붙겠지만, 위 5가지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수영선수의 신체가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로 올림픽이나 수영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대개 공통적으로 큰 키를 가지고 있다는것을 알 수 있다.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결승에 참가한 남자 수영 선수들의 평균 키는 188cm이었고
여자 수영 선수들의 평균 키는 175cm였다.
장거리로 갈수록 평균 키는 줄어들긴 하지만 , 그래도 아래 표를 보면 단거리, 장거리 모두에 큰 키는 확실한 신체적 이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보인다.
큰 키는 수영에서 물리적으로 터치라인을 더 빨리 찍을 수 있고 , 물을 잡는 거리가 늘어나 더 빠른 추진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같은 거리를 수영하는데 있어 스트로크 수가 적어져 물 표면의 파동으로 기포나 저항이 생기는 파동 항력 (wave drag)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것은 큰 키가 아니더라도 손을 입수시키는 각도나 롤링 각도 등으로도 훈련할 수 있다. 수영 코치님들이 스트로크를 길게 길게 주라는 이유도 결국 물의 저항을 최소화 하라는 의미이다.)
해당 이미지는 EBS 마이클 펠프스 다큐멘터리 중 일부를 캡쳐한 것으로,
마이클 페프스는 상체 부분에 기포 하나 없이 아주 매끈하게 수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190cm의 키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 딱히 유연하지도 않다.
대개 그저 평균적인 팔 , 발 , 폐가 달려있는 보통 인간일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빨라질 수 없나?
그건 절대 아닐것이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것은 비단 수영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완벽한 조건이 갖춰져서 내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든것이 내 마음처럼 되는
상황은 극히 드물다.
자신을 알고, 한정된 상황에서 한정된 조건을 잘 사용하는 법을 아는자가 결국 레이스에서 승리 할 것이다.
저스틴 라이트는 미국 출신 수영 선수로 2018년 미국 전국 수영 선수권 대회에 200m 접영 종목으로 출전했다. 그의 키는 불과 173cm로 언더독으로 평가되는 선수였다.
예선에 통과 후 결승전에 선 그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작았다.
휘슬이 울리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스타트는 좋았으나 브레이크 아웃 후 출수를 할 때에는 8명중 거의 꼴찌가 되었다.
작은 신장때문에 돌핀킥의 추진력의 상대적으로 약했을거라 추측된다.
50m 구간, 8명 중 7위로 터치패드를 찍는다.
1위와는 한스트로크 이상 더 차이가 나보인다.
100m 구간,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8명 중 6위로 한 단계 올라오긴 했지만 1위와의 차이는 그다지 좁혀지지 않았다.
150m 구간 , 100m 이후부터 꾸준히 조금씩 스퍼트를 내며 8명중 약 5위로 터치패드를 찍는다!
1위와의 차이도 조금 줄긴 했지만 그는 아직 5위로 그보다 앞선 상대가 4명이나 있다.
200m 터치패드를 향한 마지막 50m , 혼신의 힘을 다해 강한 스트로크를 펼친다.
스트로크의 속도가 8명중 가장 빨라보이고 무서운 속도로 가속을 시작한다.
비등비등했던 다른 선수들을 물리치고 끝내 1위로 돌아온다!!
173cm의 작은 거인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을 꺽고 역사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대회가 끝난 후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신체적 조건이 운동선수의 성공에 큰 영향이 있다고 말해왔기때문에 내가 이 위치에 있을거라곤 나조차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난 깨달았다. 해내고자 하는 열망은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때도 있다고 말이다.
키 때문에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많은 작은 선수들에게 나의 수년간의 노력이 영감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I am doing it for the little guys! "
스스로를 '아는것'보다 더 중요한건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경과학자 캐롤라인 리프의 <뇌의 스위치를 켜라> 라는 책에선 이러한 내용이 나온다.
사람은 뇌의 명령을 받아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을 먹는대로 두뇌의 화학 물질의 흐름이 변화되며 물리적 상태가 변하는 존재이다.
즉, 생각하는 대로 우리의 두뇌는 상황을 받아들이며 뇌의 감각처리 과정, 뇌 신경회로 구축과정, 유전자 발현, 세포 활동 등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된다.
어떤 방향으로 통제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음 글에선 실제 단신 선수들이 하면 좋은 지상훈련과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참고 자료
영상: EBS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마이클 펠프스: 물의 저항을 가르는 사나이)
영상 & 인터뷰: USA Swim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