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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Jun 22. 2023

질서를 지켜주세요

신호등의 심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더워지면 사람들은 휴가를 나서고는 하는데 나는 1년 365일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사람과는 달라서 그런가 나에게는 휴가라는 것이 없으며 만약 내가 이 일을 멈추고 사라지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도 해봤다. 그러나 내린 결론은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다였다. 나의 일은 교통을 정리해 주는 것이며 내가 없는 거리에서 길을 건너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볼 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는데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어디에서든 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들도 볼 수 있었으며 나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지고는 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말을 들어준다. 내가 초록색을 띠우면 지나가고 빨간색 불을 비추면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나를 보고 있었지만, 요즘 들어 간혹 나를 봐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다. 과거에는 나를 바라보며 초록불로 언제 바뀌는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요즘은 핸드폰을 보느라 나를 봐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 속상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것보다 더 속상한 것은 나의 말을 따라주지 않는 것이었다.


나로 인하여 생겼던 약속인 초록불에 건너기를 사람들이 뭐가 그렇게 바쁜지 빨간불에 건너가거나 내가 없는 것처럼 나를 무시하고 갔기 때문이다. 나의 말을 안 듣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말을 안 듣는 것보다 혹시나 그 사람이 다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다. 길거리에 있다 보니깐 여러 사고현장들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럴 때는 내가 역할을 잘 못해준 거 같아 죄책감도 느껴졌었다.


무엇보다도 무단횡단하는 사람들 혹은 신호위반하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하고 싶었으며 다시는 끔찍한 사고를 목격하고 싶지 않다고 전하고 싶었다. 핸드폰을 하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만큼은 주위에 더 집중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급한 일이 있더라도 신호위반과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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