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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Apr 30. 2024

어린이 해방 선언문

교실이야기

하나.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둘.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셋.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어린이 해방 총사령관 '방귀뽕'의 유명한 대사다.


나는 올해 교실놀이를 최대한 많이 해보려고 마음먹고 

새 학기를 시작했다. 

놀이를 통해 재미와 즐거움뿐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학기가 시작되자

각종 행사에 외부교육 등으로 인해

주요 과목 진도 빼기도 버거운 상황이 펼쳐졌다.

옆반은 사회를 어디하고 있는데, 수학은 어딜 들어갔는데 

생각하며 조급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진도야 얼마든지 뺄 수 있지만 

이왕이면 알차게, 복습까지 해가면서 했으면 하는 바람에

한 시간 한 시간이 소중했다. 


내일은 자율휴업일. 이번주 일요일은 어린이날이다. 

5교시.

진도를 빼야 하는 강박을 뒤로하고

교실놀이를 했다. 

몇몇 아이들이 놀이 규칙을 안 지킨다며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놀이 자체에 몰입한 채

도파민이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놀이시간을 가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서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교사주도의 무언가를 했을 때(수업이든 놀이든)

"너무 재밌어~"라는 반응을 보일 때이다. 

도파민 수치가 치솟는 순간이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학원 가느라

학원 숙제 하느라

빈둥거릴 시간조차 부족하다. 


더 알차고 밝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이 아닌 그 언젠가를 위해서 사는 것.

그것 또한 건설적이고 바람직한 삶의 자세다.

하지만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하고, 행복하고

놀아야 한다.

나는 이상주의자가 아닌

현실주의자에 가깝지만

때로는 그렇다. 


언젠가 세상을 갑자기 떠난다면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았던 하루를

그 어느 때만을 기약했던 재미없는 하루를

얼마나 후회할 텐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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