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실컷 낮잠을 자고 일어난 늦은 오후
집 근처 계곡물에 발을 담그러 나섰다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와 진짜 시원하다라고 말할 때
기다렸다는 듯 장대비가 퍼붓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우산 없이 나설 때면
이따금 예고 없이
비가 쏟아진다
어느새 구름이 잠깐 물러난다
해가 비치고
눈이 부시게 환하다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기어이 세차게 쏟아지다
뚝 그친다
장마철의 하늘이
나와 참 닮았다
먹먹하고 습윤한
변덕스러운
전조 없는
때로는 해사한
툭 건드리면
쏟아질 것 같은
그러한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