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타리로 식재된 나무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전에 가지를 다듬어준다. 나무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튀어나온 새순을 다듬어 모양을 유지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도 잠시 전정 후 생긴 빈 틈 사이로 이름 모를 풀과 나무가 고개를 빼꼼 들어 올린다. 연약한 줄기와 가지는 살랑거리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손을 흔든다.
정돈된 산울타리 사이에 고개를 든 식물이 반갑지 않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산울타리의 균형을 깬 작자를 제거(?) 하기 위해 다가간다.
일 년생, 다년생 풀은 부담 없이 쉽게 뽑을 수 있다. 그런데 나무 씨앗이 바람 따라 흘러 들어와 뿌리를 내린 나무는 뿌리째 뽑기가 상당히 어렵다.(데드리프트를 180KG을 드는데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작전이기애 최대한 땅에 근접한 부분을 자른다. 하지만, 며칠 뒤, 잘린 부분에서 맹아가 두 줄기 올라와 고개를 내민다. 나는 터벅터벅 걸어가 두 줄기를 땅에 가깝게 잘라준다. 이윽고 잘린 부분에서 불쾌한 냄새가 올라오는데..
중국원산 추정으로 우리나라 전국 도로변과 산지, 하천변, 나지와 같은 곳에서 자란다. 낙엽 지며 키 큰 나무로 높이 10-20m, 지름 50cm까지 자란다. 줄기는 밋밋하며 회갈색이다. 잎은 13-30개의 소엽으로 된 우상복엽이며 길이는 45-80cm이다.
어린순은 특유의 역겨운 냄새가 나기에 나물로 먹지 못해 가짜 참죽나무라는 뜻으로 가죽나무라 부른다. (살짝 상한 땅콩버터 냄새가 난다) 참죽나무는 멀구슬나무과이고 가죽나무는 소태나무과이다.
염분에 대한 저항성(내조성-한자)이 있고 대기오염에 강해 해안가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생육이 좋아 정원수로 식재되곤 했었다. 하지만, 가죽나무는 과수농가를 괴롭히는 ‘꽃매미'가 서식하는 기주식물로 과일나무에 붙어 즙액을 빨아먹는다. 주로 포도나무 피해가 심하다.
가죽나무가 성장하는 장소는 강한 태양열기, 대기오염, 토양 내 중금속 축적, 잦은 예초 등 식물이 살아감에 있어 받을 수 있는 모든 스트레스에 저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식물보다 우위를 가지며 빠르게 확산된다. 나무의 지상부를 잘라내도 금세 맹아가 올라와 세력이 확장된다. 유럽의 경우 ‘위해식물 20가지’ 중 하나로 등재됐다.
추신.
산책을 좋아하는 저는 동네 골목을 누비곤 합니다. 종종 길에 내다 놓은 화분에서 가죽나무를 키우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얼핏 보면 가죽나무 키가 2m 정도 되면 묘하게 야자수(?)처럼 이국적으로 보입니다.
신기해서 가까이 가보면 역시나 찐한 땅콩버터 냄새로 거리를 두게 되곤 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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