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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가 김정두 Jun 18. 2024

아낌없이 주는 나무, 녹나무

 고온다습한 환경은 벌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다. 곧 다가올 우리나라 여름을 떠올리면 알 수 있다. 이름 모를 벌레는 그렇다 하더라도 한여름날 달달한 잠을 방해하는 ‘모기’는 참을 수 없다. 우리는 달콤한 숙면을 지키기 위해 모기 기피제, 퇴치제, 훈증제 등 모 선생님과 싸워 승리할 수 있는 전쟁용품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물리더라도 가려움 방지 패치나 버x리 같은 제품으로 가려움을 완화할 수 있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엔 모기를 어떻게 퇴치했었을까? 마냥 쑥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일 텐데 말이다.


녹나무

 녹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잎을 가진 키 큰 나무로 높이 30m, 지름 3m까지도 자란다. 중국의 양쯔강 남쪽, 타이완, 베트남, 한국 그리고 일본 혼슈 이남에 분포하고 있다. 수피는 세로로 갈라지며 잎은 어긋나고 길이 6~10cm 난형이다. 5~6월에 새 나뭇가지의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핀다. 암수한그루로 열매는 길이 약 8mm로 타원형이며  10~11월에 흑자색으로 익는다.


 녹나무 잎과 나뭇가지를 절단하여 수증기 증류를 하면 '장뇌유'를 얻을 수 있다. 이를 냉각시켜 '장뇌'를 생산했다. 녹나무 학명은 'Cinnamomum camphora'이다. '캄포라(camphora)'는 녹나무의 고유 향을 의미한다. 학명에서 알 수 있듯 나뭇가지, 잎, 열매에 특이한 향이 있으며 맛은 약간 쓰고 시원한 맛이 난다. 장뇌는 예로부터 방충제와 진통제로 사용되었다. (호랑이 연고를 상상해 보자)


 녹나무 목재는 '캄포 트리(Camphor tree)'로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주방용 도마를 파는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잘 썩지 않는 특징이 있어 예부터 관료들의 관으로 사용되었다.


 우리나라 제주 서귀포시 도순동엔 천연기념물 제162호로 지정된 녹나무 자생지가 있다. 그래서 제주도를 상징하는 나무가 '녹나무'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제주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무는 녹나무가 아닌 야자수이다.

출처 : 에코타임스 <제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

 특유의 향으로 쉽게 나무를 구별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녹나무 향이 귀신을 쫓는다 하여 집 주변에 녹나무를 식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일본 내 절이나 신사에 심겨 신목으로서 역할을 했으며 녹나무를 가로수로 활용한다. 두꺼운 잎과 밀도가 있어 교통 소음 저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워낙 높고 굵게 자라는 특성으로 단독수로 키우는 경우도 있으며 가지치기 저항력도 강해 선호되는 수종이다.



 메이지 신궁 참배길을 15분 걷다 보면 본관을 알리는 도리이가 보인다.

메이지 신궁의 본관 도리이가 보인다.

 도리이를 지나면 본관 건물 양쪽으로 거대한 녹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큰 녹나무를 본 적이 없다. 특히 녹나무가 가진 수형이 기가 막혔다. 호기심이 또 폭발한 나는 녹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분명히 가지치기를 했을 거야."

"안 했을 리는 없는데.."

본관 앞 거대한 녹나무

 가까이서 나무를 면밀히 살펴본 나는 놀랐다. 일정 직경을 넘은 굵은 나뭇가지는 자르지 않았고 가지를 자른 부위는 새살이 충분히 돋아났다.


추신.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나무가 바로 '녹나무'입니다. 영화 속 녹나무는 '다케오 신사' 신목으로 수령 3,000년이 넘고 높이 25m, 나무둘레 21m, 뿌리둘레 26m라고 합니다.


긴 세월 동안 고된 풍파에도 견딘 생명력이 이젠 전 세계 사람들의 가슴속에 굳건한 뿌리를 내렸네요. 이게 바로 문화의 힘인가 봅니다.

<이웃집 토토로>에 나온 녹나무


자료출처

https://www.ecotig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92

https://brunch.co.kr/@wellend/80

https://www.kric.go.kr/jsp/industry/res/themeEssayDetail.jsp?pageNo=1&board_seq=3449&board_cd=M020204&q_naGubun=OUT&q_name=all&q_value=

https://www.japan.travel/ko/spot/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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