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패기로 주체하지 못할 모험심이 있던 나는 트래킹에 흠뻑 빠져있었다. 강원도 어느 산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빵과 우유가 든 배낭 하나 메고서.
유월의 뜨거운 태양은 밝게 비추다 못해 불타오르고 있었다. 잠시 그늘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물이 흐르는 곳에서 쉬고 싶어 힘을 내서 계곡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물길을 찾는다고 찾아지나 아무리 걸어도 물을 찾을 순 없었다. 욕심을 버리고 길에 보이는 바위에 앉았다. 바위에 걸터앉은 나는 배낭에서 아이스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꺼내 한 모금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베개 삼고 산들바람을 이불로 덮어 뜨거운 몸의 열기는 금방 식었다.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순간 잠이 들었다.
온몸이 개운해진 나는 깜짝 놀라 시간을 확인했다. 30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몇 시간을 잔 것처럼 느껴졌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힘을 내서 터벅터벅 산길을 걸었다. 길을 걷다 신기한 나무를 발견했다. 누군가 나무를 손질한 것처럼 층이 나있었다. 특이했지만 당시에는 그저 숲을 구성하고 있는 이름 모를 나무 중 한 그루로 여기고 지나갔다. (아쉽다. 그때 그 나무를 사진 찍었어야 했는데!)
동북아시아 온대 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낙엽 지는 키 큰 나무로 높이 10~20m, 지름 50cm까지 자란다. 나뭇가지가 수평으로 돌려나 여러 단층을 가지는 독특한 수형을 가지고 있어 정원수로 식재한다.
수피는 짙은 회색으로 세로로 얇게 갈라지며, 어린 나뭇가지는 광택 있는 적자색이다. 어긋나는 잎은 6~14cm 타원형으로 나뭇가지 끝에서 모여난다. 끝은 길게 뾰족하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한 특징을 가진다. 측맥은 6~9개 쌍을 가지고 있다. 꽃은 5~6월에 당년 가지 끝에서 복산방형꽃차례에 흰색의 양성화가 핀다. 꽃이 지고 7~8월에 구형 열매가 맺히며 흑자색으로 익는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나뭇가지가 잘 부러지지 않아서 말채찍으로 사용했다는 말채나무와 혼동을 하곤 한다. 그때는 수피를 관찰하면 두 나무를 구분할 수 있다. 말채나무의 수피는 거칠게 그물 모양으로 갈라진다.
추신.
산을 걷다 보면 모두 다 같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나무가 우리 곁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나무의 종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다양성을 보입니다. 그중 키가 큰 나무 종은 400~500종 가량되는데요. 사실 웬만큼 관심을 갖지 않고선 이들을 모두 알기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간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 한 그루씩 알아보는 게 어떨까요?
사진출처
https://leafland.co.nz/trees/cornus-controversa-varieg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