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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텔로 Apr 02. 2023

<로건 럭키>의 강탈 행위가 특별한 이유


<로건 럭키>의 강탈 행위가 특별한 이유



강탈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제거한다는 것은 비범한 일이다. 서스펜스의 부재는 곧 장르적 쾌감의 격하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강탈 행위 자체를 일종의 공백처럼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때 떠올려야 할 사실은 강탈 행위란 필연적으로 그 안에 서스펜스를 함유할 수밖에는 없다는 점이다. 강탈 행위에는 그 기미를 타인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절대 금기와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행위를 끝마쳐야 한다는 긴박한 시간 제약이 내장되어 있다. 따라서 강탈 행위는 서스펜스의 축조를 위한 특별한 장치 없이도 그 효과를 마음껏 산출할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속성을 지닌 강탈 행위에서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이 사실 강탈 행위가 아니거나, 서스펜스를 상쇄시킬 특별한 요소가 삽입되어 있거나.


<로건 럭키>가 특별한 것은 강탈 행위 고유의 서스펜스를 추출하는 모험을 감행한 다음 그 공백을, 아픈 개인사를 추진력으로 삼는 ‘힐빌리’들의 유쾌한 반란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소더버그는 미국 중남부 산악지대에 사는 지방 사람들의 소외감, 그리고 그들에게 쏟아지는 멸시와 비하에 대항하기 위해 주류에서 멀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주류 강탈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밀고 나아가, 흡사 평화로운 가족 드라마의 형태로 장르를 전복시킨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 대신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와 같은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프로 의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소동이 연이어 벌어지며, 고독감과 공허함 대신 따뜻한 가족애와 낭만적 낙관론이 화면을 물들인다. 더욱이 속도감 있는 편집과 숨 가쁘게 움직이는 인물들 대신 느린 편집과 여유로운 인물들이 영화를 구성한다. 이러한 변주들은 소외된 자들의 반란이라는 주제적 측면과 아름답게 조응하며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형식이 소재와 인물을 바라보는 감독의 진지한 태도와 결부되어 있음을 상기한다면 이러한 전복성은 하층민의 삶을 대하는 소더버그의 사려 깊은 배려가 투영된 결과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소더버그가 구현하는 전복성이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자마>처럼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자마>의 전복성이 장르의 테두리, 더 나아가 이미지, 그리고 영화라는 매체의 바깥으로 향한다면, <로건 럭키>는 어디까지나 장르 안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구동된다. 말하자면 <로건 럭키>는 인디 영화와 메이저 영화 사이를 자유로이 오갈 줄 아는 소더버그가 그 중간 지대에서 만든 혼성적 영화다. 이 애매한 포지션이 거대한 상업적 성과를 달성하는 데에는 큰 제약으로 작용했겠으나, 덕분에 <로건 럭키>는 독특한 강탈 영가 되었다.






<로건 럭키>의 강탈 행위가 특별한 이유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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