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의 첫 번째 단편 영화 <심장소리>는 우울증을 앓는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한 소년의 간절함을 원 컨티뉴이티 쇼트로 (보이도록) 담은 영화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소년을 따라가기보다 오히려 그에 의해 벼랑 끝까지 밀려나듯 움직인다. 부딪히기 직전까지 카메라 앞에 접근하는 소년의 거친 뜀박질은 자살했을지도 모를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그 순수한 간절함을 육체화한다. 마침내 소년은 어머니가 있는 옥상에 당도해 그녀를 꼭 끌어안는다. 그녀의 가슴팍에서 들리는 심장소리는 분명한 생의 증거다. 그 소리를 들으며 소년은 평온을 얻는다.
<심장소리>에서 흥미로운 것은 프레임 바깥의 세계가 끝없이 그 내부로 침투해 들어온다는 점이다. 소년이 옥상에 당도하기까지 소년과 관련된 배경 설명은 프레임 바깥의 누군가로부터 전해진다. 외화면의 목소리가 끊길 때까지 소년은 뜀박질을 중단하고 그 앞에 멈춰서거나, 오히려 더 빨리 움직여 자리를 피한다. 한편, 어머니의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이는 아버지의 존재 역시 철저히 프레임 바깥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그의 존재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아파트 옥상이라는 공간과 통하며 가족 간의 기묘한 유대감을 형성시킨다. 아파트의 옥상과 소년의 아버지가 농성을 하고 있는 크레인이 유사한 위치를 점하며 가족 모두가 같은 공간을 향유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곳에 이미 올라와 있던 어머니의 애절한 시선이 프레임 바깥의 크레인으로 향하면서 그 유대감은 보다 심화된다. 그렇게 이창동 감독은 보이지 않는 세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시야 바깥의 세계에 영향 받는 현재를 그린다. <심장소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프레임 안으로 계속 소환하며 쫓아가야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