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이유로 매우 늦어졌지만 지금이라도 2023년의 영화 10편을 선정해보았다. 2023년에 감상한 397편의 영화 가운데 2023.01.01~2023.12.31에 극장 혹은 OTT 서비스로 정식개봉한 작품에 한해 10편을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예년보다 훨신 수월하게 고를 수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한국영화는 한 작품도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10. 카일리 블루스 (Kaili Blues) / 비간
: 다년의 공백 속에 바뀌어 버린 것들, 바뀌어서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지난한 수용기.
9. 어떤 영웅 (A Hero) / 아쉬가르 파르하디
: 작은 심지에서 점화되어 거대한 불길로 번지는 과정에서도 물샐틈이 없는 정교한 스토리텔링.
8. 어파이어 (Afire) / 크리스티안 페촐트
: 사랑이라는 폭력, 욕망, 열정이 하나의 불꽃으로 전소하다.
7. 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 마틴 스코시즈
: 밀봉되어 있던 미국의 악업을 적나라하게 조롱하는 동시에 사랑의 숭고함까지 역설하는 경탄스러운 역량.
6. 애프터썬 (Aftersun) / 샬롯 웰스
: 미래가 과거를 들여다보고, 과거가 미래를 예측하는 것 같은 독특한 화술이 그야말로 흐른다.
5.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The Boy and the Heron) / 미야자키 하야오
: 선함에 대한 순수한 의지는 처절한 죄의식에 기인한다.
4.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Small, Slow But Steady) / 미야케 쇼
: 인과가 없는 삶의 덧없음도 응원과 믿음 앞에선 무력하다.
3. 이마 베프 (Irma Vep) / 올리비에 아사야스
: 필름 메이킹에 깃든 위장술, 아니 어쩌면 이면의 현현.
2. 괴물 (Monster)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삼등분된 플롯에 대한 의구심마저 섣부른 오해라는 것을 실감케 한다.
1. 파벨만스 (The Fabelmans) / 스티븐 스필버그
: 삶의 어둠을 비추는 영화라는 빛.
특별 언급
(순위대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 이노우에 다케히코
: 덧셈과 뺄셈의 배합을 적절히 조율한 특급 팬서비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 조아킴 도스 샌토스, 저스틴 톰슨, 켐프 파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