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간다. 다시 말해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처음부터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렸을 적 잠자리에 누워서 잠이 들 때까지 텔레비전에서 본 만화주인공처럼 여행을 떠난다던가, 그 밖에 특별한 사람이 되는 상상을 하며 잠에 들었다. 잠에 들기 전까지 거쳐야할 고요함이 두렵지않았고, 잠들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의식하게 되었다. 내가 어느 순간부터 상상하며 잠들지 않는다는것을. 의식하고 보니 이제는 유치한 상상을 하지않는 현실적인 사람, 어른이 되어있었다. 유치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상상을 하지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 상상을 잘 하지 못 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이렇게 된 이유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하여 자기전에 휴대전화를 보느라 그런것인지, 나의 상상력이 고갈된 것인지는 그 두 현상의 시기가 너무나 절묘해서 스스로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저 ‘상상이 되지않으니 휴대전화를 보기 시작한게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상상 속에서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니구나 생각한 순간은 정확히 기억이 난다.
때는 2008년 8월 즈음이다. 내가 군에 입대하고 반년정도 후였고, 뉴스에 나올 정도의 사고로 군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단 의무대로 옮겨왔을때다. 사고의 이야기는 제쳐두고, 당시 나의 상태는 의식이나 거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군병원에는 다른 환자들이 있어서 말동무가 되어주었지만, 사단의무대는 입원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았고, 그 때는 마침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기간이었다. 베이징올림픽은 박태환 선수가 수영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대회였고, 나는 그 모습을 쭉 지켜볼 수 있었고 그때 나는 현실에서의 ‘특별한 사람’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텔레비전을 통해 본 특별한 사람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다. 그래서 멀게만 느껴졌었고, 그들의 성공이 나의 마음에 파장을 주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나보다 어린 선수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여 세계 1위가 되는 모습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아마도 ‘성공’이라는 가시적인 결과가 곧 ‘특별하다’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은 ‘저런 사람이 특별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었다. 또 ‘내가 나의 인생에 주인공이다’라는 느낌을 받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에는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이라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왔을 노력이나 힘든 시간에 대해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도 당시의 나는 그 결과에 대해 질투하거나,나의 모습과 비교하며 울적해지지는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내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후 이러한 종류의 이야기가 나오거나,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한 평소의 나의 태도는 타인으로 하여금 자기비하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하였다. 교수님부터 후배까지 가리지않고 들어왔던 이야기다.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기때문에 굳이 그 자리에서 나의 입장에 대해 설명해 본 일은 없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자기비하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마 나를 걱정해준 사람들은 나의 감춰있는 부족한 부분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타인이 보기에는 자기비하를 하는 사람인 된 것 같다. 그저 각자 아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확실히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부족한 사람이라고 제한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라는 사실은 안타깝거나 위로받아야할 일이 아니다. 이대로 내가 결론이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특별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2008년에 나는 가시적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이, 물질적인 풍요가 곧 특별함이며 성공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기준을 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물론 내가 대단히 사색을 많이 하고 깨달음을 얻어서 정신적인 기준이 생긴건 아니다. 그저 내가 가지지 못하고, 직업이나 물질, 유명세 등과 같은 가시적인 성공에서 멀어진 부족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정된 것이긴 하다. (혹시라도 방금 이야기에서 내 의도와 다른 감정을 느꼈을지 모르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이 말은 전혀 나의 삶의 비관이 아니고 슬픈 말도 아니다. 현실적인 사람이 라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객관적인 사실을 이야기 한 것 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할뿐이다. 인정할 것은 하고 사는 것이 나는 개인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범함을 가지고 있다. 나만 알고있는 나의 부족한점을 모르고 나를 걱정했던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굳이 내가 말하고 다니지않은 타인이 모르는 나의 좋은점도 많다. 아마 나 스스로도 모르는 나의 좋은 점이나 잘하는 것도 많을 것이다. 태어나서 내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다름아닌 ‘나’다. 이러한 나조차도 나를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타인은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항상 주위를 존중하고,가능성을 북돋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천은 잘 못하고 있지만 계속 노력해야겠다.
결론을 내기위해 정리해 보자면 평범한 사람은 내 개인의 기준에서 특별한 사람의 반의어도 부정어도 아닌것 같다.
가볍게 옛날 얘기를 써보려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중구난방에 이상한 글이되었다. 그런데 또 이런 결과물을 보니 내가 특별한 사람은 아니어도 특이한 사람은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이 특이함이 올바르게 자라면 특별함이 될 수 있지않을까 기대해본다.
많은 평범이들 파이팅!
오늘 밤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들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