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다. 나는 요즘 그렇게 자주 중얼댄다.
퇴근을 하고 돌아오면 나만의 아늑한 집이 반겨준다. TV를 켜고 저녁을 만든다. 소화시키기 위해 공원에 나가 산책도 하고, 감기가 다 나으면 다시 헬스장도 나갈 생각이다. 휴일에는 자고, 먹고,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반복한다. 오늘은 조금 소란스럽게 비가 내린다.
나는 권태를 느낀다. 권태라는 이름의 자기연민을 느낀다.
에베레스트산에 등반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것도 같은 것이다. 고통과 쾌락은 비례 관계있어서 고통이 클수록 쾌락도 커진다고 한다. 고통이 없으면, 쾌락도 없다. 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쾌락으로부터 쉽게 고통을 받는다. 쇼츠, 애니메이션, 웹툰 같은 너무 쉬운 쾌락이 나를 이토록 편한 불쾌감에 빠뜨리는 것이다.
어려운 고통을 찾아 나서야 할 때인가, 생각한다.
더이상 통장 잔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의 자존감을 뭉개는 이들도 곁에 없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비추어 보건대, 매슬로우가 말했던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애정과 소속의 욕구가 필요하다던가. 그렇지만 나는 사람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우선은 브런치라도 매일 쓰기로 했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