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하프파이프다' - 미디어 리터러시 15분 강의
지난 토요일, 한양대 융합산업대학원 교수님의 제안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15분 동안 소개할 수 있는 깜짝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최근에 출간한 책 [위험한 미디어, 안전한 문해력]을 요약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유명한 미디어 학자의 말로 시작했습니다.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다”라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미디어는 하프파이프다”
왜 미디어는 하프파이프일까요?
하프파이프는 스노보드나 스키를 타고 반원 형태의 구조물을 내려오면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스포츠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스키장에서 하프파이프를 타는 공간에 가신다면 아주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여기서 잠시 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스노보드 타는 걸 매우 좋아해서 대학 시절부터 매년 스키장에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하프파이프에서 멋진 기술을 선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스노보드 탄 시간이 얼마인데... 내 실력이면 저것(하프파이프)도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리고 곧장 하프파이프 타는 곳으로 갔습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하프파이프 안으로 무작정 진입(Drop in)을 했고, 잠시 후...
붕~~웅 .... 팍!!!
저는 그날 큰 부상을 입었고, 이후로는 하프파이프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어요.
그렇다면 저는 이 일이 있어난 후 다시는 하프파이프를 타지 않았을까요?
아니요. 다음 해에 저는 하프파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었어요.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아내의 후배이자 하프파이프 전문 코치분의 지도를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치님에게 하프파이프를 이용하는 에티켓, 진입 방법, 그리고 하프파이프 안에서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어요.
제가 왜 이런 말은 하는 걸까요?
미디어 역시 하프파이프처럼 매우 위험할 수 있어요. 특히 학령기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but...
위험하지만 안전한 사용이 가능합니다.
하프파이프처럼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도 제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미디어도 교육을 통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바로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험한 미디어, 안전한 문해력]에서 청소년들이 이렇게 권합니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본인 스스로에게 ‘한번 확인해 보자’라고 ‘TIME OUT’을 외치자”
왜냐고요?
잠깐의 생각할 시간을 통해서도 여러분의 선택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빨리빨리 와 익숙함에 따른 자동화 모드에서 벗어나 수동모드로 전환하려면 스스로 ‘TIME OUT’을 외쳐야 합니다.
그럼, 이 TIME OUT 시간에 뭘 해야 할까요?
<위험한 미디어, 안전한 문해력>에서는 3가지를 체크해 보길 권합니다.
첫째, 나를 알자(너 자신을 알라)
내가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스스로 체크해야 합니다.
왜일까죠? 나는 나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상에서 학사, 석사, 박사에 관한 재밌는 글이 있어요.
학사 : “난 이제 모든 것을 다 안다”
석사 : “공부를 더 해보니 모르는 게 조금 있다”
박사 :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다”
이러한 유머 글에서 볼 수 있듯이 배우면 배울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명확하게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에 쉽게 말하는 “나 그거 알아요”는 과연 얼마나 아는 걸까요? 혹시 아주 조금 아는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둘째, 의도 찾기
어릴 적 어른들에게 자주 듣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료 시식, 무료 체험, 무료 선물과 같이 무료라고 하지만 이 역시 의도를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재미있게 보는 콘텐츠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보는 것, 듣는 것, 알게 되는 것 역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셋째, 미디어에 기대지 않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정보도 없다면 어떻게 결정할 것 같나요?
예를 들어, 여러분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동네를 갔어요. 그리고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으려고 한다면 어떤 식당을 갈 것 같나요? 직접 그 동네를 걸어 다니면서 찾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 맛집을 검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으로 알게 된 그 식당이 진짜 맛집 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겠죠. 이러한 예시처럼 여러분은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 미디어에서 전문가가 하는 말, 미디어에서 알려주는 각종 정보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세요.
앞에서 말한 학사, 석사, 박사에 대한 글을 다시 언급하고자 해요.
왜냐하면 이 유머 글의 진짜 핵심은 바로 교수의 생각입니다.
학사 : “난 이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석사 : “공부를 더 해보니 모르는 게 조금 있는 것 같다”
박사 : “생각보다 모르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교수 :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얘기하니까 학생이 다 믿더라”
저는 <위험한 미디어, 안전한 문해력>을 통해 여러분이 위험한 미디어의 환경 속에서도 안전한 사용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어려운 말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보다는 “미디어를 볼 때 한 번 더 확인해야겠구나”라는 점검 능력을 키우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모든 수업을 마칠 때 괴테의 말을 인용합니다.
“아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의지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행동이 중요하다”
“나는 알아요”로 끝내지 마세요.
“이제 해야지”처럼 의지만 가져서도 안됩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즉 한 번 더 점검하는 능력을 통해 안전하게 미디어를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에서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미디어 리터러시의 첫 행동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능합니다.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