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도 일찌

우울할 때 춤을 춰

by DIA


‘경쾌한 하루를 보내길 바라’


오늘 쓴 편지의 마지막 문장이다. 최근, 매일 아침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유아사 마사아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원래 쓰던 다이어리는 편지를 쓰기 적합하지 않아서, 구석에 처박아놨던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노트를 펴보니 과거에 써놨던 메모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아주 맞는 말만 써놨다. 과거의 나,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런데 왜 여전히 제자리걸음일까?’ 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예전 같았다면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집어삼켰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것들에게 나를 쥐어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


노아 바움백, 프란시스 하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춤을 추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울수록 효과가 아주 좋다. 그래서 난 우울할 때 춤을 춘다. 처음에는 무반주로 시작한다. 대부분 즉흥적이기 때문에, 노래까지 준비할 시간이 없다. 어느 날은 거실에서, 어느 날은 방에서 나만의 춤사위를 뽐낸다.


대부분 솔로 무대로 진행되지만 가끔 함께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나의 어머니다. 방에서 춤을 추다가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 밖으로 나와서 빨래를 너는 어머니 곁으로 간다. 이때, 상대의 흥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노래 선정이 중요하다.( 아래 추천 곡 참고)



곁에서 열심히 흐느적거리다 보면, 그녀도 어느새 들고 있던 빨래를 내던지고 함께 흐느적거리기 시작한다. 거실은 순식간에 댄스 홀로 바뀐다. 개다리 춤을 췄다가 꺾기 춤을 췄다가 두 손을 마주 잡고 왈추를 추기도 한다. 그렇게 누구 한 명 지칠 때까지 춤은 계속된다.

우울도 혀를 끌끌 차며 뒤돌아 버릴 때, 나는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오른쪽 다리를 반대편으로 쭉 뻗고, 한 손은 명치에 정갈히 대고 굿바이 인사를 한다. 그러면 어머니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빨래를 널기 시작하며 광란의 댄스파티가 끝난다.


그레타 거윅, 작은 아씨들


이것이 내가 우울을 대하는 방식이다. 무엇이든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기대하는 바가 크면 실망도 우울도 길어지기 마련이지만 나는 더 이상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싶지 않다. 차라리 맞아야 하는 비라면, 비 속에서 춤을 추는 방식을 터득할 것이다.


난니 모렌티, 찬란한 내일로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당신, 오늘 하루가 버겁고 힘들다면 눈 한 번 딱 감고 춤을 춰봐라. 가장 원초적인 춤사위를 뽐낼수록 불행은 저 멀리 떨어져 나가 있을 것이다!


그럼 이만, 춤추러 가보겠습니다. 흐느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