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수도인 민스크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마을에서 학살 사건이 일어난 건 1943년 3월 22일이었다.
그날 반 나치세력과의 충돌이 있었던 독일군은 오후에 마을로 들어가 주민들 149명을 창고에 가둬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의 생존자는 단 6명뿐이었고, 희생자 중 절반인 75명은 아이들이었다.
당시 하티니 마을과 비슷한 사건을 겪은 마을은 600을 넘는다고 한다.
잠깐 반 나치세력의 사람이 들렀다 갔다는 사실이나 소문을 들은 독일군이 들어와 통째로 태워버리는 바람에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마을도 종종 있다.
〇당시 벨라루스의 상황
지리적으로도 강대국 사이에 껴 있던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독일의 표적이 된다.
어떨 때는 독일 국방군에 점령되고, 또 소련군이 탈환하고...
심지어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을 원했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나치에 협력하여 하티니 학살사건 등의 실행범이 되었다고도 한다.
모두의 욕심이 부딪쳤고 무고한 마을 주민들이 가지고 있었던 삶에 대한 기본적인 욕심만 외면되는 상황이었다.
코시노(2014)에 의하면 벨라루스의 2차 대전 중의 희생자는 220만 명이라고 한다.
소련 전체의 희생자가 2700만 명이라 220만이라는 숫자는 얼핏 보면 일부로 보이지만(그래도 당연히 너무나 큰 숫자이지만) 전쟁 전 벨라루스의 인구는 920만 명이었다.
즉 약 4분의 1의 인구가 사라진 셈이다. 사망률이 너무나 높다.
여기서 드는 생각은 비극은 어느 정도 사람이 있으니 비극으로 남는다는 생각이다.
하티니라는 마을에 대해서는 생존자가 있었고, 또 전쟁이 끝나고 기념 공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나마 해외에 사는 사람들도 자료를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사라져 간 마을에 대해서는 쉽게 정보를 알 수 없고 그 마을의 전쟁 전의 평화로운 모습을 상상하기도 어렵다.
벨라루스에 대한 자료 면에서는 다행히 노벨 문학상 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가 쓴 "마지막 목격자들 The last witnesses"이라는 저서가 있다. 1940년대 당시 벨라루스에서 살았던 아이들이 목격한 학살들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며 학살의 현실을 알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일본어판으로 읽다가 충격을 받아서 페이지를 넘기기가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로 잔인하다. 영화 "캄앤씨"도 이 학살을 다뤘다고 하는데 나는 못 볼 것 같다. 영상으로 볼 용기도 없고 뭘 보든 현실이 더 잔인했을 거라는 생각에 앓아누울 것 같아서다.)
지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폴란드, 벨라루스 등의 나라에 대해 조금만 살펴봐도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작은 나라들에, 작은 마을에, 어린애들이 무슨 위협이 된다고 다 태워버릴까.
정말 전쟁은 인간의 인간다운 감각부터 망가뜨리는 것 같다.
허무한 건 그런 비극을 겪은 나라도 언젠가는 또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그 전쟁은 국민이 누리고 있었던 평범한 것들부터 먼저 앗아간다는 사실이다.
국가란, 인간이란...
참고: 코시노 고(越野剛) "하티니 학살과 벨라루스에서의 전쟁의 기억(ハティニ虐殺と ベラルーシ での戦争の記憶)"
JCAS Review 14 (2), 75-91, 2014, Japan Consortium for Area Stud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