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R Jun 06. 2024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책 <뉴딜과 신자유주의>, 게리 거스틀 저


게리 거스틀의 <뉴딜과 신자유주의> 는 1920년대 이후 미국의 뉴딜New Deal정책을 야기한 사회변화상과 더불어 뉴딜정책이 일으킨 변화와 정치질서,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 이후 뉴딜정책의 침체와 신자유주의의 부상, 더불어 추락했으나 그럼에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신자유주의의 흔적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 다닐 때 주워들은 것도 있고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신자유주의에 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한 꼭지씩 읽어온 게 있기에 마냥 생소한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시대 흐름에 따라 역사 맥락에 맞춰 총체적으로 정리해 준 걸 읽는 경험은 처음인지라 꽤 흥미롭게 읽었다. 1920년대 초반의 뉴딜정책부터 다루긴 하지만 저자는 20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의 핵심 인물, 정책 및 사건 등을 다루며 신자유주의라는 하나의 질서를 다면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책이다.


예전에 연설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21세기 현시점에서 영미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연설문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이 장벽을 허무시오(Tear Down This Wall)' 연설이었다. 배우 출신의 레이건 대통령은 딕션도 어찌나 훌륭하시던지 어학 공부 소재로 제격이었다는 기억. 어쨌든,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당대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변화와 포용을 환영한다. [...] 당신이 평화를 바란다면, 소련과 동유럽권의 번영과 자유화를 바란다면, 이곳에 와서 문을 여시오! 장벽을 허무시오! (Open this gate! Tear down this wall!)"


이 책을 읽음과 함께 지금 와서 다시 생각을 해보면, 누구를 위한 변화와 포용인가, 누구를 위한 번영과 자유화인가를 되묻게 된다. 물론 지난 미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 대회에서 "I knew Ronald Regan. I worked for Ronald Regan. You're no Ronald Regan! (난 로널드 레이건을 알고 그를 위해 일했어요. (트럼프) 당신은 로널드 레이건이 아닙니다!)" 라는 말과 함께 트럼프를 저격하고 레이건과 선을 그으며, 레이건 시절을 낭만화하던 공화당원도 보긴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건 시절로부터 비롯되어 트럼프 시절에서 변주되어 재현되는 자유와 탈규제의 흐름이 결코 국내적 차원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국제적 차원에서는 개발도상국을 비롯한 빈국을 위한 것은 아니었음을 주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세계화의 흐름과 함께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질서는 전 세계를 탈규제, 사유화, 자유시장 원칙의 유행에 편승하게 했다. 이에 따라 각 사회는 재정적 불안정을 비롯한 사회적 불평등에 고통 겪음은 물론이고, 사회 안전망의 해체로 사회적 약자들을 죽음의 문턱까지 몰아붙임을 당연시하게 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정점을 찍고 해체되는가 싶던 이러한 질서는, 트럼프의 부상과 함께 다시 한번 그 존재를 사회 속에 자리매김한다. 트럼프의 시대마저 끝난 오늘날의 세계는 뉴딜 질서나 신자유주의 질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서로가 서로를 묻힌 채 복잡다단하게 엉켜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질서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좀 더 읽고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혹은 영미권의 역사, 세계 경제사, 혹은 국제정치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 일독해 보셔도 좋을 법한 책이다.


아르테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INSTAGRAM @hppvlt

https://instagram.com/hppvlt/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