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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 Jun 16. 2024

나를 돌보고 남을 살리는

책 <비건한 미식가>, 초식마녀 저


인간의 입맛이란 사적 영역임과 동시에 문화 현상이라고 한다. 음식을 통해 "소속감, 안정감, 즐거움" 등을 향유한다. 그러나 그 과정 속에서 육식에 대한 비판적 관점은 간단하게 묵살되거나 별종 취급 되기 마련이다. 어떤 신념은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비건은 아니어도 한국 사회가 채식주의자들에게 던지는 시선이 차가운 조롱에 가깝다는 걸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한 순간의 소속감, 안정감, 즐거움을 위해 "한 해도 살지 못하는" 어린 생명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합당한 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이 책 <비건한 미식가> 는 비건주의 실천을 위한 레시피책인 줄 알았는데, (물론 레시피책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비건주의를 고수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삶의 면면에 관한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같은 시즌에 나온 <돼지 복지> 책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돼지는 '냄새 없는 돼지' 가 되기 위해 태어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때에 마취 없이 거세하고 생살이 뜯겨 나간다고 한다. 자본은 더 많은 이들에게 더 많은 고기를 제공하고자 일 년도 채 살지 못하는 생명들을 사육하기 위해 일 년 내내 공장을 돌린다. 태어난 지 5일도 채 되지 않은 송아지는 어미의 젖을 빼앗긴 채 고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살육은 식탁 위에서 말끔히 사라진다. 누군가 소를 가리켜 '인류의 영원한 식민지' 라 지칭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비단 소뿐만 아니라 인류의 육식 식단을 위해 희생되는 모든 생명들이 종차별주의의 희생양임을 깨닫는다.


한겨레출판 도서들은 내가 알지 못했거나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던 세계를 인지할 수 있도록 가시화해 준다. 이번달은 축산업을 비롯한 동물복지와 관련된 도서들이 주를 이루었고, 무지함을 깨 보자는 생각에서 네 권을 다 신청했고 조금 빠듯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어쨌든 후회는 없다. 사실 주말에 근무를 하는 달이면 이주에 한 번 꼴로 닭을 시켰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근 열흘 간 참 고생 많았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독임이랄까, 어떤 의식과도 같은 주문 행위지만 실상 먹고 난 뒤 잠깐의 포만감이 다일뿐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고백하건대,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 그 찰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순간들을 후회하고 있다. 이번달 독서를 통해 육식을 조금씩 줄여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하니포터, 한겨레출판으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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