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 책 동아리
큰꿀이의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
내년이면 고등학교 최고학년이 되고 좀 있으면 집을 떠날 큰꿀이의 마지막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큰꿀이가 조금 어렸을 때 알게 된 Great books summer program 이란 게 있다.
일주일에 백만 원가량이 드는 일종의 집중 독서 여름학교다. 난 왜 항상 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올까?
시카고 대학에서 시작한 고전 읽기 프로그램에서 발전한 것으로 정해진 지역에 가서 숙박을 하면서 정해진 책과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영국으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이백만 원은 훌쩍 넘는다.
난 큰꿀이가 고등학교에 가면 이걸 꼭 보내보고 싶었다.
어? 그런데 벌써 마지막 고등학교 여름방학이라고?
계획대로 살면 내가 아니다.
큰꿀이는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을까?
미래를 상상하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정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런데 큰꿀이는 뭐가 맨날 그리 바쁜지 미래를 상상할 시간이 없어 보인다.
이럴 땐 밑밥을 잘 깔아야 한다.
방학 때 뭐 재밌는 계획 없어?
바쁘단다.
친구들하고 같이 뭐 하나 하면 재밌지 않을까?
(아주 의심스럽게 나를 쳐다보며) 뭘?
그래서 슬쩍 같이 책을 같이 읽을 친구들이 있냐고 물어본다.
싫단다.
왜?
책 읽자고 하면 분명히 안 읽고 그냥 와서 놀 거란다.
잘렸구나.
난 역시 밑밥 까는데 재주가 없다.
그래서 이번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앞으로 뭐 할지 생각하는 데는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는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 그런 책 친구들하고 같이 읽고 우리 집에 와서 맛있는 거 먹으며 이야기하는 건 어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야기도 들어보고.
오면 간식은 제공하겠다는 아주 큰 결심을 하고 물어본다.
나야 읽고 싶지. 근데 애들은 그런 책 싫어해. 아예 모르는 사람들하고 읽으면 몰라도.
옳지 걸렸구나.
그럼 온라인 북클럽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 나 방학에 도서관에서 북클럽 운영할 건데.
고뤠?
북클럽에 관심이 있단 얘기지?
그래서 나도 부랴부랴 북클럽을 찾아본다.
동네 도서관에도 여러 북클럽이 있다. 나도 여러 번 참여하려고 시도했었다. 그런데 그때그때 내가 읽고 싶어지는 책이 널을 뛰니 같이 읽는 걸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온라인이든 뭐든 미팅이라도 참석하려면 작꿀이 눈치도 봐야 하고, 작꿀이 봐줄 사람 눈치도 봐야 하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때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로 만들어진 북클럽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하튼 내 구미에 맞는 걸 찾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사는 거지.
친구가 안 된다면 엄마가 해주마. 읽기 친구.
해보자 우리.
엄마랑 같이 하는 북클럽은 엄마가 갑일 것 같지만 사실 을이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슬쩍 접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땐 뭐? 지르는 거지.
출발하자 잇몸 책동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