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릴까?
아이들이 싫어하는 숙제는 생각하는 숙제다.
뭘 조사할지 정해주면 10개도 조사하겠지만 뭘 조사할지 정하는 게 싫단다.
자유주제 글쓰기 1개가 수학 문제 100개보다 싫단다.
아이들을 괴롭히고 싶으면 아무거나 쓰라고 하면 된다.
허연 백지를 내밀면 된다.
물론 정말 아무거나 쓰는 애들도 있다.
하늘은 왜 파랄까?
그런데 발표하라고 하면 안 하겠단다.
실랑이 끝에 툭 내뱉더니 피식 웃는다.
아무도 아무거나를 비웃지 않았는데.
아무거나 아무거나가 될지는 아직 결정 나지도 않았는데.
왜 아무거나에 자신감이 없을까?
똑똑하다는 녀석들은 더 괴롭단다.
아무거나라는 무의미함, 바보 같음, 시간낭비를 용납할 수가 없단다.
그럼 의미 있는 걸 쓰면 되잖아?
그런데 의미 있는 게 뭔지 모르겠단다.
왜 의미를 생각해야 하지?
왜 생각을 해야 하지?
나는 아나?
그래서 생각해 본다.
뭐가 고민이라 고민하는지.
질문을 하는 순간 아! 했다.
내가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답을 얻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질문이 답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물은 질문을 정반합으로 합하면 그게 답이 아니겠냐고?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시간 낭비, 돈 낭비, 힘 낭비 하지 말고 딱 가운데만 지키면 답이 아니겠냐고?
문제의 선후를 생각하고
선택을 통해 집중하고
의심과 믿음을 통해 단단해지고
재미있는 의미, 의미가 되는 과정을 즐길 궁리를 하고
기능에서 의미를 창조하여 본질을 가까워지고
성장의 의미를 정의하고
포기하지 않으며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추스르며
세상도 돌보는 일에 끝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 끝없이 빙글빙글 돌며 나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었구나.
돌면 원점이 아니냐고?
변화가 없는 거 아니냐고?
아니다.
아이들에게 큰 원을 그리며 돌라고 하면 어느덧 서로 겹치기도 하고 원이 타원이 되기도 한다.
힘든 녀석들은 원이 작아지기도 하고, 힘이 넘치는 녀석들은 원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같은 자리를 돌고 돌긴 쉽지 않다.
원은 돌고 도니까.
그런데 가운데 점이 있으면 그나마 쉽다.
인생이 돌고 도는데 아이들이 어지럽지 않도록, 보고 돌 수 있는 가운데 점은 무얼까?
시간과 함께 움직이는 우리가 가운데 점이 아닐까?
그러니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변화하는 우리와 함께 결국 원도 전부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나도 나를 찾기 위해, 재정비하기 위해, 질문해 본다.
p.s. 정답지를 들춰보고 싶어질 때 잘 풀어보라고 토닥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