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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님,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가 오래 삽니다

영웅에게 전하는 장자(莊子)의 성공지혜 06

by 김용년

사랑하는 영웅님,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가 오래 삽니다.

사람이나 사물의 좋고 나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마세요. 그리고 쓸모없어 보인다고 얕보거나 무시하지 마세요.

실력이 좋은 유명한 목수가 제자를 데리고 고향 마을로 집을 지으러 갔다. 길을 가는 도중에 마을 입구에 있는 커다란 나무를 발견했다. 둘레가 엄청나게 굵고 아주 높이 자란 나무였다. 나무를 구경하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지만, 목수는 그 나무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제자가 감탄하며 나무를 구경하다가 목수가 저 멀리 간 것을 발견하고는 뛰어서 쫓아갔다.


궁금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제가 목수가 되려고 도끼를 들고 스승님을 따라다닌 이래 저렇게 거대한 나무는 본 적이 없는데 스승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으시고 앞으로만 걸어가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제자에게 대답했다. “제자야, 저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무다. 커다란 배를 만들면 금방 가라앉고, 도낏자루를 만들면 쉽게 부러지고, 집안의 문짝을 만들면 뒤틀어지고, 건물의 기둥으로 사용하면 벌레가 갉아먹어 아무 쓸모가 없는 나무다. 그런 나무를 내가 왜 관심을 갖고 쳐다보겠느냐.”


그날 밤 유명한 목수는 거대한 나무에 대한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무가 목수에게 말했다. “여보시오, 당신은 왜 나를 그렇게 하찮은 나무로 설명하는 거요? 나더러 쓸모없는 나무라고 말했소? 사과나무, 배나무는 과일이 익으면 사람들이 가지를 꺾는 등 사람들 손에 괴롭힘을 당하게 되오. 이것은 사과나무, 배나무가 사람에게 쓸모가 많기 때문이오. 그래서 제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사람들 손에 일찍 죽는 것이라오. 그래서 나는 세상에 쓸모없는 나무가 되기를 오래전부터 소망하였소. 나는 나의 쓸모없음을 아주 중요한 쓸모로 여기고 있소. 조금이라도 내가 사람들에게 쓸모 있다고 여겨지게 되면 어떻게 이토록 행복하게 오래 생존할 수 있었겠소? 만약 내가 쓸모 있는 나무였다면 이미 사람들에게 도끼나 톱으로 잘려 지금까지 살지도 못했을 것이오. 나무의 입장에서 쓸모 있는 것이란 곧 죽음을 뜻하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요. 사람들에게 쓸모없어 보이는 나무야말로 훌륭한 나무가 아니겠소?”


그러자 목수가 나무에게 말했다. “미안하오. 내가 어리석었소. 당신의 말을 들어 보니 당신이야말로 높은 지혜를 지닌 나무라고 생각하오.”


나무가 목수에게 말했다. “나와 당신은 시간이 지나면 똑같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존재에 불과할 뿐인데, 우리끼리 서로 쓸모 있고 없음을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 아니오? 당신처럼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함부로 쓸모없는 나무라고 말할 수가 있단 말이오?”


사랑하는 영웅님, 이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기준으로 사물이나 사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합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함부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좋을 수도 있고, 사람들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나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 참고로, '영웅'은 자기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면서,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지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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