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만 가는 여행에 대한 다양한 시선들
여행을 계획하면서 둘째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나도 아버지와 아이가 장기 여행을 가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직장이라는 환경 때문에 기회가 없어서지 아버지와 딸아이의 조합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딸만 여행을, 왜?”
“아이 돌보기가 가능하겠어?”
“아이가 같이 간대?”
하지만 주변에서의 질문은 우려 섞인 걱정과 특이한 조합에 대한 궁금함이 대부분 있었다. 현지에 도착해서도 타인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외국인들도 둘이 오게 된 사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질문했다. 블루 마운틴을 다녀오다 만났던 미국에서 온 여행자는 자신의 딸은 아빠와 대화를 거부한다며 아이와 잘 지내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그렇게 아이와 사이가 좋은 아빠는 아니었다. 보통 아이가 일어나기 전 출근을 해 아이가 잠들 때쯤 퇴근하고 집에서도 컴퓨터로 개인 업무를 하는 일상이 많아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추억이 별로 없고 대화도 잘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나와 아이의 관계를 알았다면 부러워하지 않았을 거다. 처음에 아이와 단둘이 여행을 가게 된다고 했을 때도 다른 것은 걱정이 안 되었는데 아이와 한 달을 어떻게 보낼지는 걱정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지난 시간 같이 보내지 못해 아이와 추억이 없는 나에게 이번이 아이와 가까워질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행 후에는 아이와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기로 결심했다. 생각을 바꾸니 한 달의 시간이 걱정보다 기대되었다. 그래서 시드니에 있는 동안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두 가지 여행 기준을 추가했다.
첫째, 학교는 멀어도 집에서 아이와 걸어 다닌다.
아이와 대화가 부족한 나는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등하교 때 대화를 위해 학교는 걸어 다니는 것으로 결정했고 숙소도 학교에서 2km 거리에 들어오는 곳을 우선순위로 정했다.
둘째, 렌트는 최대한 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다.
교통 신호 체계가 다른 호주에서 운전을 하면 많은 곳을 다닐 수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신호와 지역에 신경이 쓰여서 아이와 대화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이와 다니는 것으로 정했다.
여행을 마치고 되돌아보니 두 가지 규칙으로 힘들긴 했지만 좋은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
숙소를 알아보던 중 아빠와 아이가 같은 침대를 쓰는 것이 호스트 눈에 안쓰러웠는지 친절한 호스트가 추가 침대를 제안해 주셨다. 해안가 근처에 위치한 집에 질문에도 친절하고 많은 설명도 해주었는데 도보로 등/하교하는 거리가 아니어서 아쉽게도 계약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드문 조합의 여행이라 여러 관심도 받고 추억도 많이 쌓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