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즈 Mar 30. 2023

가족이란 [가족의 의미]

플라멩코 추는 남자

 

 주인공인 허남훈은 평생을 몸담았던 굴착기 기사로서 은퇴를 결심합니다. 반편생을 함께해 온 굴착기를 남의 손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그것은 단순히 굴착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에겐 그간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조금씩,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정리하는 과정을 밟아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인생은 과감하게 만들어 갑니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보상으로 버킷리스트와 더불어 수행해야 할 숙제들을 만들게 되는데, 67세 노인에게는 힘들 수 있는 과제들을 하나하나 도전하고 수행하면서 제2의 인생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허남훈은 우리가 흔히 부르는 꼰대 영감입니다. 그렇게 살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본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극 중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에서 한 인생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선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큰 용기가 필요했던 평생의 과업을 이루는 모습에서 현실적인 고민과 이상적인 상황의 적절한 조화가 인상적이였습니다. 여러 관계에서의 치유과정과 다른 입장에서 오는 차이를 조화롭게 맞춰나가는 과정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억지 상황으로 감동을 만들지 않았고 각 인물들의 다른 생각이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었습니다.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우리들의 아버지였고, 그의 인생과 가족은 우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스토리의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되새기며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인생의 숱한 감정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고, 내가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가 날 겁니다. 그게 완벽한 플라멩코는 아닐지라도. 예! 나는 행복할 서요. 그때 광장서 본 사람들은 돌아서면 그만일 테지만, 이따금 가족에게 말할 겁니다. _본문 中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혈연으로 묶여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를 의지하며 모든 것을 품고 포용하는 관계. 아들하나 있는 나에게 '딸도 하나 있음 너에게 참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만만치 않은 사춘기를 보냈었던 나는 물어본 적이 있다. 나를 낳아 행복하냐고. 지금에야 나도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면서 조금씩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철이 들어가고 있지만 예전에 나를 생각해 보면 참 이기적이었고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많다. 그렇게 속 썩이고 엄마의 마음에 대못을 수도 없이 내리친 거 같은데.. 엄마는 크게 그게 기억이 안 난단다. 그리고 그냥 지금 이렇게 가족이 모두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좋고 행복하다고 했다. 아빠도 18살에 입사해서 60세까지 한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셨다. 그리고 우리를 키워냈고 가족의 울타리를 탄탄하게 만들어 주셨다. 오로지 가족을 위해 그 시간을 견뎌 오셨다. 참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이 무엇이길래 나를 갈아 넣은 헌신과 희생으로 내 가족은 안락하고 편안하길 보호하려는 것일까. 가족의 구성과 형태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체할 수 없는 애정이 가족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때론 서로를 힐난하고 상처를 주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으르렁으로 표현될지언정 결국에는 다시 돌아가고 만나고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이, 그 열정적인 애정의 마음이 가족에 담긴 마음이다. 그러한 복잡한 감정과 숱한 과정들을 겪고 나서도 '그래도 네가 있어 참 좋다'라고 귀결되는 마음. 사람은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그리고 현재의 '나'라는 인격의 단초는 나의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많기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나의 부분이며 나 자신이다. 부모님의 삶도 결코 다른 삶이 아니라 내가 밟아나가고 있는 나의 삶이다. 이제는 내가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가면서 내 아이가 생각하고 느끼게 될 가족의 의미가 무엇으로 남게 되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적어도 훗날 내 아이가 추억하는 가족의 모습과 앞으로 바라보게 될 가족의 모습이 바람직하게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


자신이 똑바로 설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_본문 中
스페인어는 '주어-동사-목적어'순으로 말합니다. '내가 그동안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어 오늘에야 너를 찾았네. 미안하다.'이게 아니라, '내가 미안하다. 오늘에야 너를 찾아서'  _본문 中


매거진의 이전글 진정한 용서란 [용서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