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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스띠모 Sep 25. 2023

몽골 | 고비사막

초원에 누워서 첫키스를 할 거야, 3 weeks in Mongolia



3대 사막. 고비, 사하라, 아타카마 



2022년 요르단 여행을 다녀온 이후 ‘사막 여행'에 꽂혀버린 나는, 그래도 몽골에 가는데 3대 사막 정도는 가줘야 한다며 고비사막을 일정에 추가했다. 



지금은? 당분간 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정말 힘들었다.


고비사막에 도착해 흥미없는 낙타타기 체험을 하고, 다들 고비사막에 오면 한다는 ‘모래썰매'를 타러 홍고린엘스에 갔다. 홍고린엘스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올라가야 한다. 


사막 입구에서 우리 전에 온 팀을 만났는데, 민소매를 입은 내게 팔이 아주 따가울 것이니 겉옷을 입으라는 조언을 했다. 본인들은 정상까지 안 갔는데도 따가웠다고. 


사실 반 정도는 흘려들었다. 따가우면 얼마나 따갑겠어.


걸어도 걸어도 정상에 닿질 않았다. 몽골에 다녀온 친구 나연이가 말하기로는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모래에 허벅지까지 들어가서 너무 무서웠다고 했는데, 반 정도 올라갈 때 까지는 잘 못느꼈다. 점점 정상에 닿을 수록 내 다리는 나연이의 말처럼 모래에 푹푹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덤으로 모래바람까지 불어주는 바람에 정상에 발을 올리는 것 조차도 어려웠다. 


겨우 올라왔는데 그 꼭대기에 앉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왼쪽에서 바람이 불어 썰매로 왼쪽을 막으면 동서남북 사방에서 내 몸을 때렸다. 마치 함부로 건들면 안되는 자연을 건든 사람이 되어 모래가 벌을 주는 느낌이었다. 썰매를 잠시 치우면 얼굴에 말 그대로 ‘모래 싸대기'를 맞았다. 썰매를 5초정도 잠시 치웠을 뿐인데 지퍼백으로 열심히 하우징을 한 카메라 렌즈 위에는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말 그대로 X됐다 싶었다. 


내가 본 고비사막은 이게 아닌데, 다들 정상에서 예쁘게 사진도 찍던데. 아, 성수기라 그랬나. 

그 날 고비사막 정상에서 노을을 본 건 우리 뿐이었다. 말 그대로 ‘비수기' 우리를 제외한 여행자들은 없었다. 나중에 푸제가 말해준 건데, 성수기에는 고비사막 정상에서 줄 서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우리는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었지만.


사막 정상에서 고개를 아래로 박은 채 모래로 온 몸을 두드려 맞으며 다시는 고비사막에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와중에 본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카메라가 고장나든 말든 셔터를 눌러댔다.

이제 모래썰매를 탈 차례이다. 사진도 많이 안 찍고, 몽골 여행을 초반부터 힘들어했던 준수가 유일하게 기대했던 액티비티였다. 휴대폰, 소지품 잘 간수하라는 푸제의 말에 가방 문을 꼭 닫고 출발하려는데, 웬걸 6명의 썰매가 모두 움직이지 않는다. 그 동안 비가 와서 모래가 굳었다고 한다.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좀 더 내려가면 탈 수 있을까 싶어 내려갔는데 역시나 움직이질 않는다. 그냥 포기했다. 


아,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도 생각했지만 고비사막은 절대 가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추억과는 별개로.

사막은 모두 아름답다고 나한테 주입시켰던 것이었을지도.


모래쌓인 카메라를 청소하며 지아씨와 나는 고비에 절대 안 갈 것이라 다짐했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저녁을 먹고 바로 잠에 들었다. 새벽에 별을 보러 나가자는 약속으로 새벽 3시에 눈을 떴다. 몽골은 도대체 무엇일까. 9시가 다 되어서야 해가 지고 새벽 3시가 되자 해가 다시 떠오를 준비를 드릉드릉 하고있는 이 곳. 아, 한 시간만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생전 은하수를 처음보았다. 사진 속 은하수는 누가 하늘에 우유를 부어놓은 것처럼 보이던데, 음? 은하수가 어디있지?

“저거 은하수야?”

“사진으로 찍으니까 보인다"


은하수를 찍는 데 집중하기도 잠시, 느닷없이 해가 떴다. 결국 우리는 별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그냥 아무 셔터를 눌러댔다. 


최근 글을 쓰면서 다른 여행자들의 고비사막 게시물을 보았는데 대부분이 좋은 기억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궁금했던 건 그들도 고비사막 정상에서 모래바람을 맞았을까? 우리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니면 모래바람을 맞았음에도 행복했을까? 그냥 모래사막을 그대로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 때 '다신 오기 싫다, 진짜 집에 가고 싶다'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고비사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거 아닐까. 요즘은 다시 생각이 바뀌어서 언젠가 몽골에 다시 갈 일이 생긴다면 고비사막을 한 번 쯤은 다시 가보고싶다. 과거의 나를 한 번 더 되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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