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르트 강이 모하르트 강이라는 사실은 한국에 와서 유튜브 영상을 편집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는 그저 ‘어기가 추천해주니 믿고 가는 여행지'라는 생각으로 모하르트 강에 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캠핑장에는 밤 8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하루간 머물 텐트를 설치하고, 푸제는 곧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서 잘 수 있는 건 맞아?”
너무나도 추운 이 곳, 우리를 막아줄 거라곤 사람이 살지 않는 캠핑장의 작은 초소같은 건물 뿐이었다. 춥다고 가만히 서있는 것보다는 텐트라도 빨리 쳐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어기는 텐트 숙박을 주로 하는 유럽 여행자들과 많이 다닌 덕에 일사천리로 텐트를 설치했고, 가족 캠핑이 취미인 유진 또한 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생애 첫 캠핑을 몽골에서 하게 된 나는 뭘 도와야할지 몰라 텐트 설치 후 돗자리를 안에 평평하게 깔아놓는 걸로 제 몫을 다 했다.
사그라들기는 커녕 더 추워지기만 하는 이 곳. 분명 강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강은 없고 주변에 온통 모래 사막밖에 없었다. 여기에 진짜 강이 있다고?
“조금만 걸어가면 강이 나와요”
푸제가 말했다. 음,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강인지 기대가 별로 되지 않았다. 지금 내게는 그 강을 가는 것보다 당장 느끼고 있는 추위를 쫓아낼 무언가가 필요했다.
말똥.
우리는 장작이 될 말똥과 나무를 주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없는 나뭇가지를 싹싹 긁어 모으고 마트에서 장을 보듯 말똥을 봉투에 한가득 넣고 있었는데, 준수는 저 멀찍이서 주머니에 손만 넣고 말똥을 모으는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준수야 너도 주워 너도 장작 같이 뗄 거 잖아. 나무라도 주워.”
라고 누나 하나가 말하니 슬금슬금 걸어가 나뭇가지만 몇 짝 주워온다. 우리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닌데 저렇게 행동하는 모습에 살짝 화가 났다. 여기서 뭐라고 해봤자 싸움만 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한 번 꾹 참고 생각을 누르기로 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기 싫을 수도 있지, 나뭇가지 주워 온 게 어디야. 하면서.
준수가 여행 초반부터 오랜 시간 이동과 몽골의 음식, 잦은 환경의 변화를 힘들어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나는 평소 한국에 있을 때 회사 생활이나 단체 생활에서 누군가 비슷한 행동을 할 경우 참지 않고 말하는 성격이다. ‘본인만 힘든가, 지금 다 힘든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었는데 몽골에 와서는 내 본래 성격조차 내려놓게 되었다.
‘나도 힘들지만 저 사람은 좀 더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평을 해봤자 거기에 화를 갖는 건 결국 나일 테니. 여기선 화를 내봤자 소용이 없다. 도시에서, 다른 여행지에서 동행과 같이 여행을 하다가 성격이 안 맞으면 당장 다음날부터 갈라설 수 있다. 그냥 각자의 길을 가면 되지만, 몽골에서는 저 사람과 당장 여행을 그만하고 싶어도 그만할 수 없다. 매일 같은 차를 타야 하고 하루 세 끼를 같이 먹고, 심지어는 같은 방을 써야 할 일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무조건 적으로 참는 게 좋다는 말은 결코 아니지만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올 때 저 사람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배려하면 여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주운 말똥들은 우리들의 장작이 되고 마시멜로우를 굽기 위한 불이 되어주기도 했다. 이 날을 위해서 우리는 마트에 들러 마시멜로우를 샀다. 준수에게 괜한 장난을 쳐보겠다며 마시멜로우를 구워서 먹여주려던 나는 ‘저러다 말똥 묻힌다'는 준수의 말에 ‘아니야'라고 하는 순간, 말똥을 묻히고야 말았다.
아, 모른 척 하고 줬어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