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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Apr 26. 2024

회사는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사장님 월급은 0원 3화 : 가치있는 일도 하고, 나도 가치있고 싶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많은 회사를 다녔던 거 같아요. 다녔던 회사들을 생각하면 나름의 흐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회생활 3년 차 정도까지는 꿈을 좇았어요.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그 일에서 성과를 내기 바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쉽지 않았던 그 사회생활은 그다음 저의 행보를 결정지었죠. 아마 모두가 그럴 거예요. 이 회사에선 이게 힘들었으니까, 다음 회사에선 이걸 조심하자. 또 이 회사에선 이게 어려웠으니, 다음 회사에선 요령 있게 굴자.라고 말이에요.


사회생활 6년 차 정도까지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자가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에이전시에 눈길을 돌려보기도 하고, 중소기업도 봤던 것 같아요. 내 역량을 발휘할 곳에서 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회사던 고충은 있었어요. 이 시기엔 작은 에이전시 부터 중견기업까지 다양한 곳에서 일했던 것 같아요.


입사 5일 만에 과로로 쓰러질 뻔...

작은 디자인 에이전시들에서 조금 더 아트웍같은 작업을 하고 싶어서 갔는데, 오 마이갓... 첫날 퇴근 시간 11시 20분... 그다음 날 11시 20분... 항상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회사 분위기에 적응할 새도 없이 일이 주어졌어요. 결국 5일째 되던 날, 저는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지러워서, 급하게 근처 약국을 들렀어요. 


나 : 약사님, 제가 지금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고,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근데, 지금 너무 하늘이 노랗고, 빙글빙글 도는 거 같아요. 약 좀 주세요.

약사 : 아가씨, 일단 이거 먹고, 어서 집에 가요. 그러다 과로사하는 거예요.


오 마이갓... 과로사요?! 전 고작 5일밖에 출근하지 않았는걸요. 사실 제게 5일은 1년과 같은 느낌이었어요. 점심시간마다 대표님의 한마디, "지금 일 없어서 빨리 퇴근하는 거야. 괜찮지?".... 네??? 지금이 한가해서 막차 타고 퇴근이라고요?... 그리고 그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들을 곱씹어보면, 가스라이팅이었던 것 같아요. '나처럼 잘해주는 대표가 어디 있어?, 좋지?, 할만하지?....' 사실 저 할만하지 않았어요. 회사 분위기 익힐 틈도 없이.. 이렇게 일한다고요? 인수인계 따위 없었던... 절 면접본 과장님이 본인이 나가시려고 절 뽑은 거였다고요? 저 입사날 맞춰서 남은 연차를 다 쓰셨다고요?... 정말 지옥 같은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일하단 죽겠다 싶어서 그냥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해서, 제가 부족한 디자이너인 것 같다. 죄송하다. 퇴사하겠다. 그랬더니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해요. "아.. 다 그러더라?. 다들 부족하대-_-!." 네 맞아요. 제가 다 그런 사람 중 하나예요.


그렇게 5일의 막이 내렸죠. 그 이후에는 정말 뜨내기처럼 회사에 입사와 퇴사를 밥 먹듯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특수성이 있어서, 프리랜서로 일을 지속하며, 포트폴리오의 공백을 메꿨어요.


그리고 사회생활 6년 차가 넘어가고, 그때부턴 '나'라는 인간도 성장을 하긴 하는지, '가치중심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강아지 동생 행복이가 죽고 난 후부턴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게 즐겁더라고요. 그렇게 가치를 쫓았어요. 근데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순 없었죠. 하지만 가치를 쫓고, 재미있는 것들을 찾다보니 계속 작은 스타트업을 다녔어요. 연봉이 오르는 폭이 크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 제 시간과 모든 것을 갈아 넣으며 일했었죠. 새벽 3시-4시 퇴근이 일상화되고,... 택시비만 한 달에 20-30만 원 사이가 나왔었으니까요. 근데, 그게 가치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정말 죽어라 일했고, 나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하면, 결국 내가 똥이 된다.라고 느꼈어요.

열심히 하면 할수록, 회사는 제게 더 많은 걸 바라고, 전 그 중간의 타협점을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초반엔 내걸 만든다는 생각으로 몸이 부서져라 일했는데,... 그걸 이용당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까 회의감이 들고 화가 나더라고요. 좋은 일을 하는 거니까, 이 정도 월급만 받아도 우린 좋은 걸 만들어 내야 한다.라는 이상한 논리... 그러면서 돈을 좇던 회사. 그래서 표면으로는 가치를 내세우며, 그 이면에는 돈이 진짜 중요했다는 게 느껴지니, 보상도 못 받는 일을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는 걸까?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마, 제 마음에도 문제가 있었던 거겠죠. 이미 번아웃이 온 마음에 남는 건 부정적인 마음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를 퇴사하면서 회사에 대한 원망도 컸지만, 자책감도 컸어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이렇게 퇴사를 하게 됐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제 모든 걸 쏟아냈던 시간 후에 남은 건 남지 않은 에너지와 뭔가 해야 한다는 의욕뿐이었어요. 그 두 가지는 엄청난 충돌을 일으켰어요. 에너지는 없는데, 억지로 뭔가 해야 하겠다면서 쉬지 않고 무언갈 했어요. 퇴사 직후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나 봐요. 나는 괜찮아. 나는 괜찮아. 나는 앞으로 잘해나갈 수 있어.라고 혼자 고요 속의 외침을 이어갔죠.


사실 전 괜찮지 않았어요. 정말 안 괜찮았어요.

그렇게 저에겐 있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생겼어요.


바로 30대의 사춘기가 온 거예요.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적어볼게요.


제 월급은 오늘도 0원입니다.



누구나처럼 평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용기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어요.


<사장님 월급은 0원> 구독하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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