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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May 14. 2024

퇴사만 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지

사장님 월급은 0원 4화 : 30대 사춘기 1 - 괜찮을 줄 알았던 퇴사

34살(만 32살) 퇴사 후 내 삶은 공백으로 채워졌다.


삶에도 여백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여백이 없는 삶은 숨 쉴 틈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잘 쉴 수 있는 삶의 공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근데, 잘 쉬는 게 뭐예요? 먹는 건가요?

제 삶엔 여백이 없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여백을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무언가로 꽉 차있었어요. 


제 일상은 누가 봐도 숨 막히는 하루하루였던 것 같아요.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서, 그다음 날 새벽까지 회사 일을 하다가 퇴근.

아니면,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는 날엔 새벽까지 또 개인 작업. 

그렇게 매일을 보내는 게 '나답게'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에겐 회사 일도 '나답게' 사는 것!?

저에겐 회사 일도 나답게 살아가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회사 일을 하는 주체가 나니까, 그 일도 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에서 미련하다고 할 정도로 회사일을 열심히 했어요. 하루에 누구보다 많은 일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왜냐면, 그래야 다음 일을 더 빨리 할 수 있고, 그래야 회사도, 나도 성장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생각은 틀린 생각이 아니었어요. 분명히 일을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저를 성장시켰어요. 하지만, 회사 일은 결국 '회사의 일'이지, '내 일'은 아니었어요. 나를 성장시키진 하지만, 그게 '나의 일'은 아니었던 거죠.


내 인생은 저당 잡힌 걸까?

모두 그렇지 않나요? 가끔 회사 일을 죽어라 하고 있다 보면 내 일상이, 내 인생이 회사에만 저당 잡혀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 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저당 잡힌 것 마냥 소모된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서, 주도적인 '나'를 찾고자 했다.

회사일만으로 하루를 채우는 게 싫어서, 퇴근 후, 주말등 시간이 나면 내가 잘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아이템 레퍼런스 찾기 등... 그렇게 빈틈없는 삶을 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래야 내 인생에, 나에게 보상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끊임없이 달리고 있진 않나요?

 

빈틈없는 삶이 가져다준 것.

빈틈없이 꽉 채워서 쓰는 시간은 저에게 약간의 위로와 보상이 됐습니다. 정말 뭔가 삶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건 엄청난 자만이었습니다. 빈틈없는 삶이 가져다준 건, 인생을 무모하게 쓰는 자만심을 가져다줬고, 그게 어떤 결과가 될 진 예상 가능했던 거였는지도 몰라요. 안 그래도 회사에서 소모되고, 이미 번아웃을 넘어 분노의 지경에 다다른 저는 퇴사를 하게 됐어요.


퇴사만 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지.

저는 항상 일에 대해 과한 사람이었기에, 어떤 회사던 내가 한만큼을 알아주지 않음에 화가 난 채로 퇴사를 했어요. 분명 그 당시의 저는 내 탓을 엄청나게 하다가 퇴사와 동시에 남 탓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땐 제가 그런 모습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난 항상 괜찮은 사람이어야 하고, 난 항상 괜찮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때의 제가 부끄럽기도 하네요. 모든 일은 상호작용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니, 제가 힘들었다면, 상대방도 똑같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도, 어찌어찌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진 다 괜찮을 줄만 알았어요. 이제 좀 쉬다가 마음을 잘 정리하고 나의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진짜 본격 30대의 사춘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도 함께 해주세요.


제 월급은 오늘도 0원입니다.


누구나처럼 평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용기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어요.


<사장님 월급은 0원> 구독하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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