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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 May 14. 2024

마음의 댐이 무너지다

사장님 월급은 0원 5화 : 30대 사춘기 2 - 마음의 감기?!?

 퇴사만 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어떤 직장이던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았고, 

어느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일 이외에도 신경 쓸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회사에서 불편한 것들과 불편한 모양의 내가 자라났고,

결국 나는 퇴사를 했다.


회사를 다니며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일, 시스템, 동료, 정치, 돈, 목적, 목표,... 사실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아마 회사생활을 하며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그리고 연차별로 다르기도 할 거예요. 


학교를 막 졸업하고는 취업이 너무 힘들어서, 일단 내가 원하는 쪽으로 일자리를 구하기만 하면 좋겠다. 가 목표였어요. 갓 신입이 되었을 때는 사람보다는 일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과제를 하는 것과 일을 하는 건 다르다 보니, 배워야 할 것도, 뭘 하나 해도 긴장하기도 많이 했었죠. 그래서 일일이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운이 좋게도, 좋은 선배들과 팀장님들을 만날 수 있어서 사람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됐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너무 좋은 회사 생활을 해서 인지 다음에도 그럴 줄 알았어요. 일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데, 그러다 보니 다른 신경 쓸 것들이 많았어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즐거운 게 즐거운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던 것과는 달랐어요. 알고 싶지 않았던 피 터지는 정치질과 이간질,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복잡하고 불편한 일들을 겪어야만 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미숙한 어른인 저는 비합리적인 신념이 마치 올곧은 신념인 양 살아갔던 것 같아요.


결국, 불편한 것들이 쌓이고, 나의 신념과 부딪히면서 퇴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짜 퇴사만 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퇴사만 하면 그동안 삶의 의미를 찾으며 빡빡하게 살아왔던 삶에 조금은 숨통이 트일 거라 생각했어요. 회사 일도 항상 빡빡하게, 개인 시간도, 주말도 항상 빡빡하게... 열심히 산다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퇴사하고 보니, 회사일 말고는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퇴사 이후에 제 마음 상태라던가, 몸의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던 걸 알고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어요. '난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마음속으로 되뇌고 있었어요. 하지만 실상은 계속 불안하고, 죽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빨리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의 레퍼런스도 찾고, 기획서도 작성해 보고, 사업자 내는 것도 알아보고, 이것도 저것도 알아보고 공부했어요. '그래, 통장에 있는 돈으로 몇 개월은 버티면서 차츰 생각하고 해 보자.'라고 생각했죠. 그 생각도 잠시밖에 할 수 없었어요.


나를 버티게 하던 마지막 보루가 터지다. 

통장이었는데, 텅장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건강하지 못했던 마음과 몸의 상태를 막아주고 있던 게 제 통장에 찍힌 숫자였던 것 같아요. 많지는 않았지만, 당장 살아갈 순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통장에 있던 숫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어요. 부모님이 집을 매입하시면서 돈이 부족하다 보니 제 모든 돈을 털어 집에 투자하게 됐죠. 


간신히 버티고 있던 저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어요.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몰랐던 금이 간 '나'라는 댐은 결국, 무너져버렸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재질도 형태도 모두 달라요. 근데, 제 마음의 재질은 물을 가득 담아둔 콘크리트 댐이었어요.


댐의 역할은 비가 오면 그 물을 가둬두고, 필요할 때마다 물을 방류해 재해를 막음과 동시에 삶을 지속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죠. 하지만 제 댐은 비가 오면 오는 족족 다 모아두기만 했어요. 방류할 틈이 없었죠.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균열이 생겼고, 그 균열을 알면서도 방치해 뒀어요. 


경험이라는 댐과, 감정이라는 물.

마음의 댐이 무너진 이후, 그 안에 가득 차 있던 물이 흘러넘쳤다.

결국 균열이 심했던 제 마음의 댐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어요. 저에게 댐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댐에 담겨 있던 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던 성향(물)과 그리고 후천적으로 생기게 된 성향(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물들이 희석되면서 성장하는 '나'라는 존재가 생기게 된 거겠죠.

그 결과'물'이 결과적으론 댐을 무너뜨렸습니다. 이미 무너질 위기였던 제 마음은 통장과 함께 무너져 내렸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됐어요.


마음의 감기요?

이 정도면 아주 심한 독감인데요?

댐이 무너지고, 굉장히 불편하고 불쾌한 감정들이 튀어나왔어요. 그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불쾌함과 불편함을 부정하다 보니 제 마음의 감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어요. 결국은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본래의 나까지도 터져버린 댐에서 모두 흘려져 버린 것 같았어요. 


나는 그럴 리 없어.

나는 나약하지 않아.

근데, 나는 괜찮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마음으로 되뇌는 말들은 모두 아니야. 그렇지 않아.라는 것들이었어요. 나는 강인해가 아닌, 나는 나약하지 않아. 였던 거죠. 나는 나약 해진 거고, 나는 우울했고, 부정적이었고, 나 스스로가 불쾌했어요. 그게 맞았던 거였어요.


나를 부정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괜찮은 척했던 것 같아요. 그게 괜찮은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저는 살아있는 시체가 되었어요. 


살아있는 시체의 시간은 어땠을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제 월급은 오늘도 0원입니다.


누구나처럼 평범하겠지만,

누군가에겐 용기가,

누군가에겐 도움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어요.


<사장님 월급은 0원> 구독하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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