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처방을 받아왔다고 해서 한순간에 기분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생활에 변화가 시작되었어요. 하루 20시간 이상을 잠만 자던 제가, 약을 복용한 2-3일 후부터 갑자기 8시간만 자면 눈이 번쩍 떠진다는 거였어요.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인간의 평균 수면 시간은 과학이었습니다.
아... 깨있는 시간이 투머치.
어쩌지? 뭐하지?
하루 8시간 이상 아예 잠을 잘 수가 없는 상태가 되니, 그건 또 그대로 힘들더라구요. 막상 눈을 뜨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뭘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약의 힘 덕분이었는지,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울었던게 도움이 되었던 건지, 부정적인 생각도 많이 줄었어요.
이때는 현재의 상황이 불안하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별 생각이 없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몇일을 보낸 후 임상심리상담을 예약해놓은 날짜가 왔어요.
임상심리상담
이런거군요?
임상 심리상담 전에 MMPI-2, 다면적 인성검사를 사전에 진행했고, 임상심리상담에서는 상담사 선생님과 다양한 테스트들을 진행했어요. 지금 기억 나는 것들은, 로샤검사(데칼코마니 이미지 보고 이야기), 숫자 외우기 검사, 도형 맞추기 등 과 같은 걸 했던 것 같아요.
그때도 임상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울기도 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며 대화도 많이 했었어요. 나중에 상담 내용이 궁금해서 받아봤는데, 인지와 감정기능이 좀 떨어져 있는 상태라고 적혀있던게 기억나요.
지금은 저도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학생으로 그 내용에 대해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요, 우울증으로 인해 뇌의 기능이 떨어져서, 표현력이나, 인지적인 측면이 낮아질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약 3-4개월 꾸준히 병원을 다니다 보니, 저는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많이 치유되고, 회복되었어요.
부모님과의
휴전선언
저의 긴 암울한 시간을 견뎌야 했던건 가장 가까이 절 지켜봤던 부모님이었습니다. 사실 관계회복까진 되지 않았던 상태였는데, 그때 제가 제안을 했어요.
"엄마, 우리 다시 강아지 키우면 안돼?"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엄마가 제가 우울증이 아니었다면 절대 반대하셨을거라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저희 집 막내가 아주 복덩이에 귀염둥이에요.
그렇게, 저희 집 막내는 엄청난 심사 숙고를 통해 데려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 부모님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저의 활력이라던가, 마음의 문제들은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막내가 제게 엄청난 책임감을 줬거든요. 매일 산책 시키기, 씻겨주기, 빗질해주기, 밥먹이기, 간식 주기 등... 전 막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제 삶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나를 살게한
나를 존재하게 하는
너라는 존재
그렇게 막내는 제 삶의 이유가 되었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무언가 일을 하려고 시작합니다. 이때 인생 첫 사업자등록증을 내게 되었고, 저만의 사업 계획서도 쓰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