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월급은 0원 8화 : 뭐라도 지르면, 내가 할 줄 알았던 그때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온 후, 느꼈던 감정은 "살았다. 이제 열심히 살아야지!" 였어요.
그냥 살았다! 까지만 해도 됐을 텐데, 막상 살겠다 싶으니까, 우울했던 그 시간을 스스로에게 보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간을 보상하듯 저는 컴퓨터 앞에서 나를 위한 기획서를 쓰고, 앞으로의 일들을 생각했어요.
사실 우울증이 오기 전, 그러니까, 코로나 직전에 생각했던 건 살롱이나 클럽 같은 느낌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싶었어요. 같은 코드의 사람들이 만나고,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그런 장을 너무 동경했던 것 같아요. 한참 그런 것들이 많아지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캘리그래피 살롱이나, 만다라트 워크숍 같은걸 제가 운영할 수 있다 보니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우울증 이후의 세상은 코로나로 모임 금지의 시간을 겪게 됐죠. 그래도 생각해 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냥 진행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그 시간을 쉬었던 게 더 나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요. 하지만, 또 반대로 그 시간이 없었다면, 현재의 제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게 사업자등록증을 무턱대고 냈어요. 그땐 뭐 지원사업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사업자등록증을 냈고, 홈페이지 도메인을 사고, 홈페이지를 세팅하고...
제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ㅎ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막무가내였죠. 뭔가 내 것이다! 이게 내 가치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도 없이 사업자를 내고, 준비를 했으니까요. 나도 나를 잘 모르겠는데, 그냥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하는 일이 잘 될리는 만무하죠.
결과적으로 사업자로 얻은 수익은 약 10만 원 정도?! 그건 신고도 필요가 없는 금액이었어요. 그냥 그 당시엔 그런가 보다 했어요.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을 받고, 어느 정도의 용돈이 있어서, 이게 아니면 안 돼! 이런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거기다 이걸 꼭! 해야겠다는 동기부여 자체가 없었던 게 제일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땐 이걸 위해서 내 시간을 어느 정도 희생한다는 각오가 없었어요. 간절함조차 없었던 사업자는 몇 년간 묵혀두기만 하다 올해(2024) 초 폐업을 시켰습니다. 사업자를 갖고 있은지 약 4년 만에 폐업을 시킨 것 같아요. 언젠가 쓰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희망이 있어서였는지...ㅎ 그냥 방치해 뒀어요. 뭐 현재는 새로운 사업자를 낸 상태입니다.
막상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사업적으로도 뭔가를 해볼까 고민을 하던 시기가 한동안 지속 되니, 그냥 이렇게 살 거면 회사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다시 회사에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다행히 프리랜서 디자이너란 직업과 제 사업으로 어쨌든 꽁냥 거렸던 것들은 저의 포트폴리오와 이력서에 녹아들기엔 충분했던 것 같아요. 그걸 기반으로 다시 취업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 취업의 길이 이렇게 멀고도 험할진 차마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이야기는 다음 화에서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