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이렇게 얇은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아침 출근길, 맨날 주차하던 아파트 주차장으로 간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 스마트키를 눌러본다. 저기 있을 텐데, 저기 있겠지, 저기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삑삑 소리가 안 난다. 스마트키를 꾹꾹 다시 눌러도 소리가 안 난다.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제 저녁 내가 주차할 때 시간과 주변에 기억나는 것들을 불러 모은다. 대충 기억을 긁어 모았는데, 그렇다면 원래는 저기에 있어야 한다. 내 차가 없다.
가만히 서서 무서운 생각이 든다. 수많은 매일 저녁의 주차장면들 중에 아무것도 나에게 가까이 오지 않고 나를 비웃듯이 적당한 거리로 내 머리 속을 빙빙 돌아다닌다. 살면서 기억이 더 흐려지면 어떡하지. 평범한 이 삶을 내가 평범하게 기억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되든, 갑자기 병이나 사고로 그렇게 되든. 어제 기억조차 다 할 수 없을 만큼 삶이 이렇게 얇은 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는 생각에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