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스튜디오의 생존기
2024년 8월 여름, 평소에 해보고 싶던 스타일의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SNS 뉴스 플랫폼의 브랜딩 업무였다.
로고, 키비주얼, 엘리먼트 등이 작업물 리스트.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예산은 3백만 원 선이었다.
내가 퇴사한 대기업 C사의 프로젝트였고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형태여서 4백만 원의 견적을 드렸다.
그런데 며칠 동안 회신이 없었다.
그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 견적에 대한 후회가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아.. 그냥 클라이언트가 생각한 예산에 맞출 걸 그랬나?"
"아니면 그 중간값으로 계약할 걸 그랬나..?"
"이 일은 다른 업체에게 갔나 보다.."
하지만 결국 내가 제시한 견적으로 최종 의뢰가 성사되었다.
내 디자인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지 말자
늘 되뇌는 말이지만, 실제로 견적이 오가는 상황이 되면 흔들리게 된다.
이번 경험으로 그 교훈을 한 번 더 뼈저리게 느꼈다.
제대로 된 견적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프로젝트에 임하는 내 마인드자체가 달라졌다.
일어나는 시간을 오전 7시에서 6시로 당기고 1시간 정도 잠을 깨우는 러닝을 마치고
오전시간에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을 3시간 정도 충분히 가졌다.
큰 금액의 견적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몰려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보다는 기회를 만들어낸 것에 대한 설렘을 느끼기로 했다.
클라이언트와 나 자신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8월 한 달 동안 매일 몰두했다.
담당자는 내가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만난 클라이언트 중 가장 예의 바르고, 수정 요청 시에도 합리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었다.
신기하게도,
적절한 견적을 받아들인 클라이언트는 수정을 요청할 때도 합리적이었고,
반면에 금액을 낮춘 견적의 클라이언트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곤 했다.
그래서 그 요구에 대응하느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번아웃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때 찾아온다.
2024년 6월,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번아웃을 경험했다.
관계 유지를 위해 예산이 부족하다는 업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낮은 견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작업하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 억지로 프로젝트를 끌어갔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디자인 단가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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