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수학교과서의 ‘차시’ 개념에 대한 고찰 - 홍갑주
고기는 쌈 싸 먹어야 맛있다. 비빔밥은 비벼 먹어야 맛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하나씩 따로 먹게 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방법인가?
초등학교 수업 시간은 40분이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그 시간에 맞추어 가르치고 배우기 좋게 잘라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차시라고 부른다. 40분 안에 기승전결, 모든 스토리가 완성되어야 한다. 그러니 바쁠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자유와 생각이 끼어들 여지는 없다.
일반적인 수학 수업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다른 과목도 비슷하다.)
도입(5분) - 복습, 학생의 흥미 유발, 학습 내용 확인
전개(25분) - 본 수업, 배울 내용 확인, 배울 내용 도전하고 같이 확인
정리(10분) - 배운 내용 정리하고 확인 문제 풀어 보기
위와 같이 40분 동안 하나의 수업이 완성이 된다.
코끼리에 대해서 배운다면 우리는 첫 시간에는 다리를 배운다. 학생이 코에 대해서 묻는다면 그것은 다음에 배우기 때문에 기다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학생은 수업을 방해한 학생으로 찍힐 수도 있다. 40분에 다리의 모든 것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이 들어올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한 차시의 수업에 하나의 배움만이 들어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은 탐구가 어렵다. 학생의 자유로운 생각의 기회는 없다.
비빔밥을 먹으려면 모든 음식을 비벼서 먹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떤 날은 밥을 먹고, 다른 날은 콩나물만 먹고, 또 다른 날은 고사리만 먹는 식이다.
갈수록 융합적인 사고가 필요해지는 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분리된 사고방식으로 학습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편하기 때문이다. 비빔밥의 재료를 모두 사서 준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오늘은 콩나물만 먹는다고 하면 준비가 편하다.
수업도 비슷하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차시만 순서대로 로 가르치면 된다. 그리고 학생들이 수업을 잘 들었는지도 바로 평가가 가능하다.
학생도 다른 내용과 연결시킬 필요 없이 40분의 내용으로 잘한다고 칭찬받을 수 있다.
당연히 학원에서도 가르치기 편하며, 개인 학습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교육을 학생들이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식 전달에만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등 교육은 아무나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분명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지만, 지금의 차시 교육 방식은 그것을 거의 가능하게 한다. 이는 수학교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차시 수업 방법은 진도를 나가기는 좋다. 선생님이나 학생에 관계없이 매번 정해진 분량을 학습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선생님도 다르고 학생도 다른 시대에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배워야 할 덩어리, 즉 주제나 단원으로 제시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궁금해하면 같이 생각하고 탐구해야 한다. 40분 동안 배운 내용이 결론지어지지 않아도 된다. 다음 시간에 이어서 배우면 된다. 그래서 초등은 대부분의 과목을 담임선생님이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차시별 학습은 사고를 규정하는 틀이 될 수 있다. 복합적이고 융합적인 사고가 중요한 시기에 분절된 생각은 적절치 않다. 또한 학습은 배운 내용을 연결할 때의 피질 기둥이 활성화된다.(이것이 기억이다.) 그런 면에서도 분리된 학습은 효율적이지 않다.
특히 수학은 긴 호흡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오랜 생각 끝에 해결하고 느끼는 ‘아하!’의 감정은 수학의 매력을 느끼도록 해준다.
그러나 40분에 모든 것을 결론지어야 하는 수업은 그런 경험을 학생에게 줄 기회가 없다. 퍼즐 조각만 배우고 완성은 하지 않는 것이다.
혹자는 “선생님들이 그렇게 수업을 진행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을지 모른다. 그러나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우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며 다른 업무도 있는 상황에서 수학교과만을 연구하기는 어렵다. 나처럼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렇게 진행을 한다. 그러나 나 또한 다른 모든 과목을 그렇게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제시되어 있는 수업 방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 교과서가 바뀌면 되지 않느냐?”
다행히도 몇 년 전부터 수학 교과서가 국정교과서에서 검정교과서로 바뀌면서 그럴 가능성이 조금은 생겼으나, 여전히 모든 수학교과서는 차시의 틀을 벗어나기 어렵다. 어쩌면 차시로 만들어지지 않은 교과서는 검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홍갑주 박사님은 이 논문을 연구하였다. 또한 나는 이 논문을 소개하려 한다.
단 40분 안에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얼마나 쉽고, 간단한 내용을 학습해야 하겠는가?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여유도 없다. 그리고 학생들이 공부를 못한다는 착각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사교육을 줄인다는 핑계를 되며, 교육은 갈수록 쉬워지고 있다. 그러나 학생의 실력은 향상되지 않고, 여전히 학력 미달 학생은 있으며, 사교육 또한 줄지 않고 있다.
교육은 멀리 보아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고기는 쌈 싸 먹어야 맛있고, 배움은 연결 지어야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