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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루티스트 정혜연 Mar 24. 2023

파리지엔느와 히키코모리 그 사이 어딘가 Ep.10

10. 살기 위해 시작한 비건일기 (1)


프랑스에서 알러지 진단을 받기 전에 이유를 모른 채 병원을 전전하던 때 건강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우선 나의 증상은 이러했다.

눈과 입술의 간지러움, 부음, 근처 살이 벗겨지며 상처가 남.

두통, 지속적인 장염 상태, 기운 없음, 불면증.


지금 생각해 보면 알러지가 원인이 되어 제대로 된 치료를 못하니 수면의 질이 안 좋고,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과 위장염이 동반되었던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진단받고 항생제부터 먹고 엄마 밥을 먹으며 쉬면 금세 좋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파리.

프랑스에서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우선 지켜보자”다. 그리고 약처방 또한 한국에 비해 굉장히 심플하다. 옛날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모습처럼 집에서 잘 먹고 쉬고, 물 많이 마시면 나아진다. 를 실천하는 의사들이다.


이런 이유에서는 대부분의 유럽이 과잉진료와 독한 약처방을 지양하는 점도 있겠지만, 병원 시스템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도 있는 듯하다.

한국은 1차 병원에 내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세분화된 다양한 과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프랑스는 보편적으로 일반 내과 (Generaliste, 제네할리스트)에 가서 진료를 받고 이후 증상에 따른 전문과를 소개받아 가는 식이다. 일반내과에서 피검사도 진행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피검사 또한 그것만을 전문으로 하는 Laboratoire에 방문해야 한다. 물론 모든 건 예약이 필수!


빨리빨리의 민족 중에서도 성격 급한 나는, 예약을 하고 기다리고, 라보를 갔다가 다시 내과를 갔다가 하는 동안 자가치료를 하는 지경에 왔다.


일단 술을 끊었다. 완전히, 금주에 들어갔다. 그리고 영양제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려 노력했다. 집안 청소를 매일 같이 하며 주변을 깨끗하게 했다.

그러나 그저 먼지 한 톨에 집안을 뒤집어업는 강박만 생겼을 뿐,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참고로 나는 다큐를 좋아한다. 장르는 가리지 않고, 그냥 세상일에 관심이 많고, 동물, 자연, 음식, 건강 등 가리지 않고 즐겨보는 편이다.


몸이 안 좋다 보니 당연히 건강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하나를 보니 다른 하나가 추천되고, 비슷한 알고리즘에 갇혀 매일 건강 관련 다큐를 봤다.


그렇게 보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 - 음식 - 환경 - 기업의 수순으로 방향을 가지게 되었다.

참고로 미리 말하자면, 나는 이전에는 채식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었고, 그저 ‘가수 이효리가 하는 것’ 정도의 앎이었다.


그런데 다큐를 보다 보니, 건강 문제의 가장 기본은 음식이더라. 우리가 몸에 무엇을 넣느냐가 건강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럼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느냐. 대부분 다큐는 먹어야 하는 음식보다는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을 소개한다. 다큐에 나온 정보가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육식 위주의 식사보다는 채식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고, 육류와 가공식품이 어떻게 생산되어 소비되는지를 자세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언제나 기업이 있다는 것도.


각설하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다해본 나는, 이제 안 해본 것을 할 수 있는 옵션만이 남았다. 그것이 바로 채식이었다.

동물 복지나 환경문제를 생각하는 등 그런 거창한 이유는 나에게 없었다.

나는 그냥 내 몸이 살고 싶어 채식을 택했다.

그리고 나는 약간 극단의 스타일.

채식 단계 중 비건을 그렇게 시작했다.




채식의 단계

플렉시테리언 (Flexitarian) : 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육식을 병행.


폴로 (Polo) : 소고기, 돼지고기 섭취는 제한하고 닭고기, 알류, 유제품, 해산물은 섭취 가능.


페스코 (Pesco) : 닭고기와 알류까지 제외하고 해산물만 섭취 가능.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Lacto-ovo-Vegetarian) : 해산물까지 섭취 제외, 달걀, 꿀, 우유등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만 허용.


오보 베지테리언 (Ovo-Vegetarian) : 우유, 유제품을 제외하고 알류 섭취 가능.


락토 베지테리언 (Lacto-Vegetarian) : 알류의 섭취를 제외하고 우유 및 유제품 가능.


비건 (Vegan) : 모든 동물성 식품 섭취를 제한하며 채소와 과일 등 식물 위주로 섭취.


프루테리언 (Fruitarian) :  식물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식물을 해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과일과 견과류만 섭취




비건 마트에서 산 비건 빵 위에 구운 가지와 버섯을 올려먹는 저녁.
가장 간단한 비건 한식. 시래기국과 두부조림. 속이 편하다.
비건 마파두부. 두부와 버섯은 채식에 단연 필수다.
프랑스 비건 카페. 유럽답게 채식 레스토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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