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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catcher Dec 11. 2023

0. 비전공자도 리사이틀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아마추어의 피아노 리사이틀 도전기

시작은 그저 호기심이었다. 


작년 여름 즈음부터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며 피아노에 진심인 아마추어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고, 그 중 과연 이들이 아마추어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실력자 몇몇이 단독 리사이틀, 심지어 협연 기회를 얻는 것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솟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퍼토리도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연습시간 확보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애 둘 워킹맘이, 게다가 그나마 자랑할만했던 빠른 초견 실력도 긴 공백기 탓에 (나이 탓 아님 절대 아님) 영 힘을 못쓰는 지금 시점엔 리사이틀도, 협연도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다. 내년에 아마추어 콩쿠르에 참여해 위너스 콘서트 자격을 얻는게 그나마 현실적인(?) 목표였달까..


그렇게 내년초 학원 연주회에서 연주할 곡도 바쁘다는 핑계로 연습을 제대로 못하고 있던 11월 어느 날, 밀려드는 업무를 하나씩 해결하다 문득 '아마추어 피아노'를 검색하니,


아, 어느 어느 분이 이미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내년에 리사이틀 할 기회를 얻었다는 그 오디션이구나.


어차피 현장 오디션은 시간 관계상 힘들고, 연주 영상을 다시 촬영할 시간도 없고, 지금 배우고 있는 곡들은 완성도가 떨어지고, 아직 리사이틀 할 만한 실력도 아니고, 뭣보다 바쁘니 일단 패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올해 가장 중요했던 프로젝트 하나를 마무리하고 있던 어느 날.

 

다시 저 포스터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래, 어차피 난 전공자도 아니잖아. 그 어느 시점이 되어도 잘 준비된 상태로 오디션을 보고 리사이틀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을거야. 그냥 일단 지원이라도 해 볼까? 연주 영상은... 뭐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올해 한별콩쿠르와 입상자 콘서트에서 촬영했던 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니 그냥 그걸로 제출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다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이건 너무 무리한 도전이야. 그래도... 지원이라도 해 볼까? 잠깐, 만약 선정되면, 그럼 그 때는 또 어떻게 하지? 연습할 시간이 있긴 한거야? 감당이 되겠어?' 


그렇게 혼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혹시나 내 연주가 어느 정도까지 인정을 받을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뭐에 홀린 지원서를 제출해 버렸다. 

 



까똑!


으..응...? 

나... 선정 된거야...?  


네 선정되셨습니다. 축하드린답니다. 



아,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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