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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n mu Mar 17. 2023

떡볶이 가스라이팅

- 네 평생의 떡볶이는 나야.




"떡볶이 먹을래?" 하고 동생에게 물어보면 "또 떡볶이야?" 하면서도 슬쩍 배달앱을 열어보곤 한다.

떡볶이.. 떡볶이...

이 음식은 뭘까?

칼로리도 높고 다음날 붓기도 하고 살도 엄청 찔 음식인데 왜 자꾸 끌어당길까?


나보다 떡볶이를 더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하나.

처음부터 친하게 지낸 건 아니지만 32년간 알아온 사이치고 질리지도 않는 친구다.

마치 떡볶이 같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의 생일에 떡볶이 기프티콘을 보내주었다.

서로 육아하고 멀리 살아 자주 만나지도 못하기에 생일엔 선물로만 주고받았는데

어느 생일엔 유별나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세상도 좋아졌지... 선물하려는 음식 쿠폰이 핸드폰으로 전달되니 말이다.

나는 고르고 고르다 떡볶이 세트를 친구에게 보냈다.

그 어떤 선물보다 좋아했던 친구의 한껏 업 된 목소리를 들으니 좀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평생 너의 생일에 떡볶이를 선물해 줄게"

이 순간엔 친구가 좋아하는 배우 이태곤보다 내가 더 멋있어 보였으리라 혼자 생각했다.

그 이후로 친구의 생일엔 떡볶이 세트를 선물해 보내주고 있다.




울적함을 이겨내 가려던 어느 날,

인터넷 서치하다가 떡볶이 그립톡을 파는 걸 보았다.

'이건 하나 거다!' 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아껴 살아야 하는 주부라 아무거나 사기에 여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주고 싶었다.

그 창을 닫으면 열게 되고, 닫으면 또 열고 반복이었다.

해결책은 사야 하는 것이다.


계란과 파가 올라간 떡볶이, 치즈 떡볶이, 고구마 무스 떡볶이...

이중 선택을 해야 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결국은 떡볶이는 계란과 파가 올라간 기본 떡볶이로 정했다.

나도 떡볶이를 이것저것 먹다 보니 그래도 가장 기본인 매운 떡볶이가 제일이니까.


오래전부터 서로 집을 오간 터라 서프라이즈로 배송을 했다.

아파트 호수를 잘못 적어 310호로 가야 할 것을 301호로 보내 엉성한 서프라이즈 선물이었지만 실시간 통화로 선물을 뜯어보던 친구의 웃음소리에 한동안 나의 울적함은 사라졌던 것 같다.

안 그래도 목소리가 하이톤인 친구의 웃음소리는 안 들어도 뻔하지 않은가.

그러곤 돌아온 한마디.

"너 나한테 떡볶이 가스라이팅 하는 거지?"




이제 알았어?

너의 평생 인간 떡볶이가 되어줄게.

네 평생 떡볶이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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