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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n mu Jul 23. 2023

매미는 맴맴맴맴

다행히 난 무섭지 않아.



5월에 일을 시작해서

벌써 곧 8월. 여름이다.


처음 만났을때 작았던 아이들은 매일 보고 있는데도

키가 자란것이 느껴지고

끼우지도 못했던 블록을 끼워 네모 모양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너무 습하고 더운 여름인데다 비 소식도 잦아서

바깥 활동은 무리지만,

원 내부에서 물감 얼음 활동이나 아이스크림 만들기, 스폰지에 물 적셔 쭉 짜보기 등등 

아이들이 여름을 느낄 수 있도록 선생님들께서 노력중이시다.


특히나 요즘은 원 안에서도 들려오는 매미의 소리.

아직 말이 다 트이지 않은 아이들도 "매미는 어떻게 울어?" 하고 물어보면 "맴맴맴맴" 하고 말해서 웃게한다.

귀 기울여 매미 소리도 들어보고 매미 책도 본다.


그래서인지 출근을 하다 보면 매미를 발견 하기도 하고, 매미 유충 껍데기도 자세히 보게 된다.

더운 만큼 바깥 활동을 덜 하게 되는 만큼 실물로 보기 어려운터라 사진을 찍어 가기도 했다. 

아직 어려 긴- 설명은 무리지만 매미껍데기에서 매미가 옷을 벗고 나와 나무 위로 올라갔어 라고 말해주면 신기하게도 이해한다. 


원장님이 잠자리채로 매미를 잡아와 아이들 보여주시겠다고 했는데,

손으로 못잡으시는 선생님들.

사슴벌레,장수풍뎅이와는 다르게 매미는 소리를 내어서 그런건가-

매미 관심 많던 우리반 jw이도 실제 매미를 보니 움찔 움찔 했다.


결국, 내가 나선다.

시골출신이라 그런가 벌레로 인해 무엇을 못한다는 일은 없던 나이기에 원장님이 채집통을 담당하고 내가 잠자리채를 잡아 매미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 조심 만져 채집통에 넣었다.

매미를 잡는 나를 보고 놀라시기에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도 내어 본 재밌던 순간이다.


이 매미는 잠시 원에 있다가 다시 제자리로 보내주었다.

아이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만큼 이 매미의 남은 생이 뜨거운 여름이 되길 -


어딜 가서 신기하거나 예쁜 것이 있으면 내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찍었던 것 처럼,

이제 매미는 식상한 내 아이지만 나의 또 다른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다.

내 아이도, 이 아이들도 점점 성장해 가며 더 많은것을 보아가겠지.


매미가 많이 우는 여름.

이 매미의 소리가 그리워 지는 여름의 끝도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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