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18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독특한 견과류입니다. 비타민B 군, 비타민C, 칼슘, 철 분 같은 무기질도 들어 있어서 적당량을 잘 챙겨 먹는다면 심혈관이나 소화 면역 건강에도 유용하고, 게다가 뼈 건강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오늘은 건강 챙기는데 더 효과적으로 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차멀미를 할 때 생밤을 씹게 되면 속을 가라앉히는데데 도움이 됩니다. 밤 속의 과당이 메슥거리는 속을 진정시켜주고 멀미를 할 때 딱딱한 것을 오래 씹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항구나 터미널 매점에서 생밤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네요. 지금은 못 본 것 같습니다. 멀미약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니까요.
명절에 상에 올리는 밤을 까다 보면 생각보다 힘듭니다. 속껍질을 제거하는 게 만만치 않거든요. 이런 밤의 속껍질을 율피라고 하는데 이제는 버리지 말고 잘 챙기셔야겠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피부미용에 아주 유용하니까요.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율피에 들어있는 ‘탄닌’ 성분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주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서 미용팩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속껍질을 살짝이라도 먹게 되면 떨떠름한 맛이 나잖아요? 이게 바로 탄닌인데, 항균작용이 강해서 여드름이 나는 것을 막아주고, 피지 생성을 줄이는데 효과적입니다.
‘동의보감’에서도 이런 효과를 언급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율피를 찧어서 꿀과 섞어 바르면 피부를 팽팽하게 해 노인 얼굴의 주름을 펼 수 있다’고 적혀 있는 거죠. 이런 효능들 덕분에 율피를 활용한 에센스, 마스크팩 등 다양한 제품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집에서 율피로 천연팩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율피가루에 꿀을 넣고 물이나 우유, 요플레를 약간 섞어서 흐르지 않을만한 농도일 때 팩을 하면 됩니다. 깨끗한 피부에 율피팩을 바르고 15분 정도 후에 씻어내는 거죠. 하지만 천연팩을 하실 때는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의외로 천연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이나 팩은 트러블을 일으키기 쉽다는 겁니다. 그러니 본인 피부에 맞는지 테스트를 꼭 먼저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남들에겐 좋은 천연팩이 본인에게는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밤의 속껍질인 율피의 또 다른 효능은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충남대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장염을 유발한 실험용 쥐에게 20% 율피 추출물의 유효성분을 투여했더니 장 위축 현상이 11%가량 감소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율피가 장염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의미하는 거죠. 밤의 주산지인 충남 공주시에서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율피 유효성분을 장염 예방·개선·치료용 조성물로 특허받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율피를 활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율피 차입니다. 율피를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되는데 떫은맛 때문에 불편하다면 말린 밤이나 볶은 율무를 넣고 약하게 끓여 마셔도 좋습니다. 잦은 설사와 배탈에 효과적입니다. 또 율피와 찹쌀가루를 섞어서 팥이나 밤 같은 앙금으로 떡을 만들기도 하죠. 담백한 웰빙떡으로 알려져 있고 온라인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율피를 잘 챙겨 먹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와서 주목받았던 밤 조림입니다. 손은 좀 가지만 고급스러운 음식이라 선물하기도 좋고, 정성 가득한 간식으로도 딱입니다.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 그대로 달달하게 졸인 것이라 건강도 맛도 챙길 수 있습니다. 우유와 함께 갈아서 밤 라테나, 수프로 먹을 수도 있고, 요구르트나 아이스크림에 토핑으로 올릴 수도 있어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만드는 방법 한번 볼까요? 밤을 뜨거운 물에 한 시간 정도 불린 후 속껍질은 두고 겉껍질만 제거하면 됩니다. 이 과정이 힘들면 겉껍질이 제거된 율피 밤을 구입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이 없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만큼 요새 웬만한 건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율피 밤에 물을 붓고 베이킹소다를 넣은 뒤 30분간 끓이면 되는데 이때 베이킹소다는 떫은맛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지근한 물에 헹군 후 베이킹소다 물에 넣어 끓이는 과정을 2~3번 반복하면 됩니다. 물이 끓으면 검은색이 우러나는데 흰색이 될 때까지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쑤시개로 속껍질의 심지를 걷어내면 조렸을 때 식감이 더 부드럽고 깔끔해지니까 이 과정도 꼭 하시기 바랍니다. 여기에 밤 무게의 50~60% 정도 설탕과 간장 1~2스푼, 와인을 넣고 중불에서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어주면서 졸이면 됩니다. 거의 완성되었을 때 계핏가루를 살짝 넣어서 조금 더 졸이게 되면 풍미가 훨씬 올라간 밤 조림 만들 수 있습니다.
한방에서는 위장이 약하고 신장이 허약할 때, 식욕부진일 때 건강 회복식으로 자주 활용되어 왔던 밤, 비타민C도 풍부해서 겨울철 건강을 챙겨주는 귀한 식재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니까 올가을, 겨울에도 잘 챙겨 드시고 건강관리하는 데 도움 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 건강식 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이었습니다. 오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