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29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무의 잎과 줄기인 무청을 햇빛과 바람에 말리면 시래기가 되고, 배춧잎을 말리면 우거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무청이나 배춧잎을 엮어 말린 것을 모두 시래기라고 국립국어원에서는 정의하고 있습니다. 배고팠던 시절 아쉬워서 먹던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전혀 달라졌죠. 건강 식재료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아예 무청을 얻기 위한 무청용 무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무 하나에서 무청을 3번 이상 수확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 중인 거죠. 오늘은 격이 달라진 시래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래기에는 뿌리인 무보다 다양한 무기질이 풍부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칼슘의 경우에는 무청 속에 10배나 더 많이 들어있습니다. 이 정도면 시래기를 100g만 먹어도 일일 칼슘 섭취 권장량의 90%를 충족할 수 있는 양입니다. 한국영양학회에서 100g당 우유와 시래기 칼슘 함유량을 비교해 봤는데, 시래기의 칼슘은 우유(105㎎)보다 3배 이상 많은 335㎎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래기를 칼슘 공급 식재료로 이용하는 게 좋다고 하는 전문가의 권고가 나왔을 정도죠. 2020년 한국교원대학교 가정교육과 김영남 교수 연구진은 무청의 칼슘 영양 밀도 지수(INQ)가 멸치와 비슷한 수치(30 이상)로 나왔다고 밝히면서 이같이 전했다고 합니다. 뼈 건강을 생각한다면 우유나 멸치 외에도 시래기를 식단에 자주 이용하라는 말도 같이 전했습니다.
몸속에 칼슘이 부족하면 뼈에 있는 칼슘부터 빼내서 사용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뼈 속 칼슘뿐 아니라 모발 속 칼슘까지 사용하게 됩니다. 모낭세포에 칼슘이 공급되지 않으면 모발이 약해져서 탈모가 생기고 자라지 않게 되는 거죠. 탈모예방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칼슘 공급이 꼭 필요합니다.
이뿐 아니라 시래기가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비타민 D 때문입니다. 시래기에는 칼슘뿐 아니라 비타민 D도 풍부하니까요. 무청을 햇볕에 말리게 되면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이 비타민 D2가 되는데, 이게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의 한 형태인 거죠. 칼슘도 채우고, 흡수도 도와주는 모든 성분들이 시래기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건강 식재료라는 타이틀 달만 하죠?
시래기의 몸값이 올라간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이것 항암효과입니다. 무는 대표적인 십자화과 채소(항암 채소)이니까요. 국립 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시래기에는 인돌류, 이소티오시아네이트 같은 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무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는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십자화과 식물에 많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항암 물질이기도 하죠. 이런 성분들이 위암을 비롯해서 폐암, 간암, 췌장암, 유방암, 결장암 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 농업과학원>에서 시래기와 혈압조절에 관한 실험을 했습니다. 고혈압이 있는 쥐에게 5주간 5%의 무청 시래기를 첨가한 식이를 제공했는데, 시래기를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서 혈압이 23% 정도 낮아졌던 겁니다. 시래기 속 풍부한 식이섬유가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를 낮춰주고, 또 칼륨이 나트륨(소금기) 배출을 촉진해서 혈압을 낮추는데 기여를 하는 거죠. 식이섬유와 미네랄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도 효과적이라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무청을 시래기로 말리는 과정에서 무려 3~4배나 늘어나는 건강 성분이 있습니다. 뭘까요? 맞습니다. 시래기 하면 생각나는 식이섬유입니다. 식이섬유는 기본적으로 위와 장에서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포만감을 주게 되고, 배변에 도움을 주죠. 그 덕분에 다이어트를 할 때나, 장 건강을 개선해야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식이섬유에도 종류가 있다는 거 아세요? 이 기회에 잠깐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 물에 녹지 않고 물과 함께 팽창하는 불용성 식이섬유와 물을 만나면 녹아서 젤이 되는 수용성 식이섬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래기 속 불용성 식이섬유(2.9g/삶은 시래기 100g)는 변의 부피를 늘려서 장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배변에 도움이 되고, 또 대장암의 위험성도 낮춰줍니다. 수용성 식이섬유(1.4g/삶은 시래기 100g)는 수분과 함께 젤을 형성해서 이동을 늦춰서 포만감을 유지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도 도움이 되죠. 또 혈액 속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빼내는데 효과적이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데도 유용합니다. 시래기에는 이 두 종류의 식이섬유가 가득 들어 있는데 하루 충분 섭취량의 20%에 달하는 양입니다.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식이섬유를 시래기를 통해 섭취할 수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배고플 때 어쩔 수 없이 먹는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현대인들이 필요로 하는 건강 효능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시래기입니다. 한 마디로 시대의 필요에 맞는 식재료인 거죠. 잘 활용하셔서 건강 컨디션 올리는 데 도움 받으시기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시래기를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주의 사항들을 알아보겠습니다. 건강 정보, 건강 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