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건식232_한약사김경순의 건강식재료
퀴노아는 수천 년 전부터 재배된 고대 작물에 속합니다. 인위적인 경작지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척박한 환경 (예를 들면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 물이 부족하고 염분이 강해서 쌀이나 보리가 자랄 수 없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작물이죠. 생명력만큼 영양도 풍부해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우주 비행사의 식단에 퀴노아를 포함시켰습니다. 단 한 가지 식품으로 모든 영양소를 채울 수는 없지만, 동물성, 식물성 재료를 통틀어서 퀴노아가 그중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을 정도입니다.
퀴노아는 생으로 먹어보면 쓴맛이 나는데, 겉껍질에 있는 사포닌 때문입니다. 사포닌 하면 인삼이 생각나실 텐데, 사포닌도 식재료에 따라 종류와 특징이 다양합니다. 물과 만나면 거품이 나는 특징이 있어서 비누를 뜻하는 사포(sapo)에서 유래한 사포닌이라고 부르죠. 사포닌 자체가 항산화, 항염, 면역조절 기능을 하지만 고농도로 먹게 되면 위장이 자극을 받고,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퀴노아를 음식으로 안전하고 맛있게 먹으려면 사포닌을 제거하는 전처리가 필요합니다. 흐르는 물에 2~3번 씻은 후 손으로 비벼서 거품이 없어질 때까지 헹굽니다. 이 과정에서 사포닌은 물에 녹아서 거품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다음 깨끗한 물에 30분 정도 불리면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퀴노아 안에 들어 있는 사포닌까지 제거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전처리(pre-washed)가 돼서 대부분의 사포닌이 제거된 제품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활용하는 만만한 방법은 밥이죠. 사포닌이 제거된 퀴노아와 쌀을 함께 넣어 지으면 식이섬유도 풍부하고 혈당조절에도 도움 되는 건강밥 만들 수 있습니다. 쌀과 퀴노아의 비율은 2:1로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해진 건 없으니 편하게 활용하시면 됩니다. 퀴노아만 넣고 밥을 지어도 고소하고 담백합니다. 물론 다이어트할 때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퀴노아 샐러드도 요즘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다이어트나 혈당조절, 또 단백질 보충용 샐러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포닌이 제거된 퀴노아를 삶아서 찬물에 살짝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사용하면 됩니다. 여기에 토마토, 오이, 아보카도, 양상추처럼 원하는 채소와 닭가슴살을 넣고 드레싱에 버무리면 완성이죠.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샐러드 만들 수 있습니다.
분말을 만들면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집니다. 죽을 끓이게 되면 부드럽고 소화가 잘 돼서 영양죽이나 아침식사용으로 더할 나위 없어지죠.
또 퀴노아의 장점 중 하나가 단백질 함량이 높고 글루텐이 없는 거잖아요? 빵이나 쿠키 같은 베이킹에 활용한다면 밀가루에 예민한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요리 가능합니다. 운동 후 단백질 셰이크로 활용하게 되면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들어간 질 좋은 단백질을 채우는데도 효과적이죠. 실지로 페루나 볼리비아 같은 남미에서는 퀴노아 수프나 빵으로 예전부터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퀴노아 자체도 영양면에서 훌륭하지만, 이걸 발아시키게 되면 영양 흡수율 와 항산화력은 더 올라갑니다. 집에서 발아시키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2배 분량의 물에 넣어 15분 정도 약한 불로 삶으면 발아가 됩니다. 천천히 발아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포닌을 제거한 뒤 물에 6시간 정도 담가둡니다. 물을 따라낸 뒤 젖은 거즈로 덮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12~24시간 정도 두면 작은 흰 싹이 1~2mm 정도 올라오는데 이렇게 하면 발아가 끝난 겁니다. 발아된 퀴노아는 고소하고 아삭해서 생식으로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되고, 스무디, 요구르트에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참고로 여름엔 냉장고에서 발아시키는 게 안전하고, 발아된 퀴노아는 3일 이내에 소비하는 게 좋습니다.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쓴맛이 나서 먹기에 불편해집니다. 특히 어린아이나 임산부의 경우 사포닌이 완전히 제거된 제품을 섭취해야 합니다. 사포닌 때문에 위장 장애, 복부 팽만감이 생길 수 있으니 꼭 제거해서 활용하고, 아니면 제거된 제품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곡물 중에서도 단백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편입니다. 또 씨앗이라 기름성분도 많습니다. 너무 많이 먹게 되면 설사를 할 수도 있죠. 처음엔 조금씩 먹어보고 적당히 먹는 양을 조절하셔야 합니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올라갈수록, 퀴노아 같은 고대 곡물에 관한 관심도 높아질 겁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에게 이로운 음식으로 이미 검증이 끝난 거니까요. 퀴노아 잘 활용하셔서 건강 컨디션 올리는 데 도움 받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정보, 건강 식재료 소개해 드리는 한약사 김경순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