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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달 Jul 08. 2024

김구선생의 흔적을 따라 걷다. 충남 공주의 태화산 산행

마곡사-할인봉-생골갈림길-정상(태화산)-나발봉-군왕대-마곡사

충남 공주의 태화산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화산은 산행지로 유명하기보다는 김구선생님이 일본순사를 죽이고 은신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며, 세계유네스코유산 마곡사가 불자들에게 꽤 유명하다는 것을 명예회장님의 산행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요즘 산행공지도 아내에게 듣고 있다 보니 산행을 하기 전에 산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한 후에 산에 올라야 한다는 기본기를 많이 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반성을 해 본다.

맛깔난 회장님의 산행안내는 들으면서 감탄이 나온다. 어쩌면 저렇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유머와 위트를 섞어 회원들에게 쏙쏙 이해되게 설명을 잘하시는지... 존경스럽다.

우리 산악회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젊었을 때부터 오랜 기간 산대장님을 지내오신 경력으로 다져진 내공이다.

이번 산행을 포함하여 세 번 연속으로 비예보가 있었다. 두 번은 예보가 틀렸었다. 덕분에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게 되었고, 이번에도 예보가 맞지 않기를 기대하며 삼세번을 강조하셨다. 대리 산대장역할도 삼세번이시라면서 "기분 나빠 좋아죽겠다"는 내가 평소에 많이 써먹던 우스개 소리를 회장님이 따라 쓰셨다.

정말 기분 나빠 좋아 죽겠다. (저작권 있는데....ㅋ)


수지에서 2시간 남짓 걸려 마곡사주차장에 도착했다.  비예보가 있어서 인지, 아니면 다소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넓고 커다란 주차장은 한적했다.

명예회장님(대리 산대장)을 따라 일주문을 거쳐 다루정으로 가기로 했던 코스를 살짝 변경하여 지도에 나와 있는 데로 활인봉 쪽으로 향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마곡사-할인봉~생골갈림길-정상(태화산)-나발봉-군왕대-마곡사를 거쳐서 내려올 마곡사 솔바람길이다.(백범명상길) 


공기에 가득 섞인 수증기의 무게감을 느끼며 산행을 시작한다. 필시 산행 중 비가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백범명상길에 들어 서자 폭신한 흙길이 깔린 길 양옆으로 잘 빠진 소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이란 산대장님의 말씀은 정녕 거짓인가요?

현재 200 고지에서 활인봉까지 고도 200 이상을 약 1시간 동안 밟고 올라서고 있다. 축축한 산의 공기가 몸속의 물기를 빨아낸다. 금세 상의가 다 젖었다.

때마침 불어주는 산들바람이 아니었다면 가져온 마실물을 몽땅 소진할 수도 있겠다.


제대로 된 정상석이 없는 산은 태화산이 처음이다.

어느 산을 가던 크던 작던 각 산의 특징이 정상석에 잘 나타나있게 마련인데 태화산은 활인봉도 그랬고, 나발봉도 정상석 없이 정자의 한 기둥에 정상이라고 새겨져 있다. 사실 태화산의 정상이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그럴 이유가 있는 것일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지 뭐 그리 심각할 게 있겠니?


나발봉 정상은 정자라 간식 먹으면서 담소 나누기는 참 좋다.

다만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정상인증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정상표식 쪽에 앉은 사람은 나발봉에서 정상석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껴줘야 하는 불편을 좀 감내하여야 한다.   

오늘은 점심도시락 없이 늦은 점심으로 뒤풀이가 계속되어 있다.

간식으로 허기를 가셨지만 배가 고파오기 전에 서둘러 하산한다.


나발봉에서 군왕대까지의 하산길은 다른 코스와 별다를 것 없이 완만한 능선에 황토가 잘 섞인 육산길이다.

김구선생의 명상길답게 생각을 하거나 동반자와 담소를 나누며 걷기 좋게 조성되어 있다.

근래에 합류하신 성칠형님 내외와 담소를 나누며 마곡사 계곡의 시원한 물놀이를 떠올리며 발걸음 재듯이 내려왔다.

물놀이는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산행의 묘미 중 으뜸이다.

계곡은 크고 좋으나 사람들의 눈이 많아서 발만 담그는 정도에서 그쳤다.  다음 산행이 조무락계곡이니 그때 제대로 시원한 알탕을 즐기기로 하고 이번 산행에서는 요정도 하자.


천년고찰 마곡사는 듣던 대로 유네스코문화유산답게 규모가 크고 사람들로 많이 붐비고 있었다.

불자인 아내는 대웅전을 찾아 기도를 드린다.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은 아내의 기도 덕이라고 생각한다. 

아내에게 늘 기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감사한다.

산행이 끝나고 나서 수지에 도착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마곡사에는 한 가지 기도는 들어주신다는 마애불이 있다고 한다. 몰랐다.

태화산의 가을 단풍은 정말 아름답다고 하니 핑계 삼아 가을에 한 번 더 왔야겠다. 

마곡사 끝자락에는 수국이 계곡가에서 탐스럽게 피어 있다. 수국을 다른 말로 불두화라 하니 사찰에 잘 어울리는 꽃이 아니겠는가?

이 역시 불자인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유구의 수국축제가 한창이라 한다.

이것저것 다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이런 점이 단체산행의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 있겠다.


공기에 가득 섞인 수증기의 무게감을 느끼며 산행을 시작한다. 필시 산행 중 비가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백범명상길에 들어 서자 폭신한 흙길이 깔린 길 양옆으로 잘 빠진 소나무숲길
제대로 된 정상석이 없는 산은 태화산이 처음이다. 어느 산을 가던 크던 작던 각 산의 특징이 정상석에 잘 나타나있게 마련인데 태화산은 활인봉도 그랬고, 나발봉도 정상석이 없다.
계곡은 크고 좋으나 사람들의 눈이 많아서 발만 담그는 정도에서 그쳤다.  다음 산행이 조무락계곡이니 그때 제대로 시원한 알탕을 즐기기로 하고 이번 산행에서는 요정도 한다.
마곡사 끝자락에는 수국이 계곡가에서 탐스럽게 피어 있다. 수국을 다른 말로 불두화라 하니 사찰에 잘 어울리는 꽃이 아니겠는가?
천년고찰 마곡사의 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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