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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Nov 04. 2024

하는 일 없이 배만 고프네~

신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활동전위, 탈분극, 나트륨-칼륨 펌프, 넷플릭스

꼬르륵~ 꼬르륵~


어김없이 식사시간을 알려주는 배꼽시 소리입니다. 주중에 열심히 일할 때면 당연히 이 소리는 반갑기도 하고 식사가 기대되는 소리입니다만, 주말에 쉬고 있을 때면 이 소리는 내 몸을 이 일으키게 하는 귀찮은 소리가 되죠. 신기하게도 정확하게 식사시간을 맞춰서 소리가 납니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배꼽시계의 소리를 기준으로 식사 시간을 짐작하고 일정을 맞췄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먹는 한 끼의 음식물의 양과 소화되는 시간이 얼추 6시간 간격으로 일정한 것이죠. 그렇다면 일정한 시간동안 음식물이 소화되어 에너지로 사용된다는 말인데, 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가만히 있는 날에도 배가 고픈걸까요?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넷플만 6시간 봐도 배는 안고파야 하지 않나요? 이번에는 하는 일 없이 누워있다고 잔소리하는 아내에게 나도 하는 일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자 뭘 볼까~~~(3시간째.....)

우리 몸은 안정 막전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트륨-칼륨 펌프(Na-K pump)'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때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내 몸을 평소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한다니,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게 아닌가봐요. 그렇다면 왜 굳이 피곤하게 에너지를 사용해서 안정 막전위 상태를 유지하는지 알아봐야겠네요.

상대적으로 세포 안이 세포 밖보다 양이온이 적어서 세포 안은 음극을 띕니다.

우리 몸은 평소에 위 그림과 같은 IKEA 상태로 이온이 유지되며(이전 글인 이 안에 IKEA 있다를 참고하세요), 세포 안이 세포 밖보다 상대적으로 음극(-) 상태인 안정 막전위(resting membrane potential)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필요할 때, 움직여야겠다는 신호는 전선에 전류가 흐르듯이 전기적 신호가 신경세포를 타고 순식간에 팔과 다리 근육으로 전달됩니다. 이때 신경세포마다 막 전위의 극성이 바뀌면서 흥분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러한 순간적인 막 전위 변화를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라고 합니다.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자극이 전달되면, 전달받은 자극으로 신경세포막에 있는 나트륨 통로가 열리게 되어 세포 밖에 있던 트륨 양이온(Na+)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 원리는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이동하는 확산의 원리로, 에너지의 사용 없이 세포 안보다 세포 밖에 많은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입니다.


앞서 우리 몸은 평소 세포 안이 세포 밖보다 상대적으로 음극(-)인 ‘안정 막전위 상태’라고 했는데요, 여기서는 안정적으로 세포 안과 밖의 극성이 나누어져 있는 ‘분극 상태’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분극 상태에 자극으로 인해 나트륨 통로가 열리고, 나트륨 양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면서 세포 안은 양이온이 늘어나서 세포 밖보다 상대적으로 양극(+)으로 바뀌고, 세포 밖은 나트륨 양이온을 잃어버려서 세포 안보다 상대적으로 음극(-)으로 극성이 바뀌게 됩니다. 결국, 분극 상태와는 반대인 극성을 가진 상태인 '탈 분극(de-polarization) 상태'라고 하고, 막 전위가 변화했기 때문에 활동전위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세포 안으로 나트륨 양이온이 유입되어 세포 밖이 음극이 되었네요.

활동전위가 발생한 신경세포는 또 다른 자극을 전달받기 위해 탈 분극 상태에서 원래 상태인 분극 상태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탈 분극을 위해 세포 밖에 많은 나트륨 양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와서 세포 안을 양극(+)으로 바꾸기 위해 열렸던 나트륨 통로는 닫히고, 분극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세포 안에 많은 칼륨 양이온(K+)이 세포 밖으로 나가서 세포 밖을 양극으로 되돌리기 위해 칼륨 통로가 열리게 됩니다. 이 원리도 에너지의 사용이 없는 확산의 원리세포 안에 많은 칼륨 양이온이 세포 밖으로 나가기 때문에 세포 안은 다시 음극(-)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처럼 분극 상태로 다시 돌아왔다고 해서 '재 분극(re-polarization) 상태'라고 합니다.

안에 있던 캴륨 양이온이 밖으로 나가면서 다시 세포 안은 음극으로 돌아왔군요~

처음부터 정리해보면, 세포 밖보다 세포 안이 음극(-) 상태인 안정적인 분극 상태에서, 탈 분극이 되어 세포 안이 양극(+)이 되고, 재 분극이 되어 세포 안이 다시 음극(-)으로 돌아왔지만, 뭔가 깔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분극과 재분극 상태의 그림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겠나요? 맞아요! 아직 이온의 구성은 원래 위치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탈 분극 시 나트륨 양이온(Na+)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고, 재 분극 시 칼륨 양이온(K+)이 밖으로 나가서 극성만 맞추었을 뿐, IKEA를 성립시키는 못한 것이죠(아직 EKIA 상태죠?) 그래서 여전히 세포 안에 많은 나트륨 양이온과 세포 밖에 많은 칼륨 이온을 재배치하기 위해 나트륨-칼륨 펌프(Na+-K+ pump)를 작동합니다.  

    

나트륨-칼륨 펌프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동하는 확산과는 달리, 이미 세포 밖에 나트륨이 많은 곳으로 세포 안으로 잠깐 들어온 나트륨을 다시 보내는 원리이기 때문에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때 ATP를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나트륨 양이온 3개(3Na+)를 세포 밖으로 이동시키고, 칼륨 역시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이용하여 칼륨 양이온 2개(2K+)를 세포 안으로 이동하게 되어 이온의 위치까지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이제야 IKEA!). 이처럼 이온 재배치 과정까지 겪은 후에 원래 상태인 안정적인 분극 상태로 돌아오게 되고, 이를 다시 ‘안정 막전위 상태’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


나트륨 3개는 밖으로, 칼륨 2개는 안으로 이동하는 것도 기억하기 힘들죠. 그럼 이 방법은 어떤가요. 나트륨과 칼륨 글자수를 세어보세요? 그리고 IKEA를 유지하려면 서로 어디로 이동해야 하죠?


이제야 첫 그림과 같아졌네요!


주말에 애들하고 놀아주지도 않고 하는 일 없이 누워만 있냐는 아내에 잔소리에 "나도 지금 안정 막전위 상태를 유지하려고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어"라고 대답해보세요. 아! 여러분 저 멀리서 날라오는 슬리퍼가 보이시나요? 여러분 지금이에요!

활동전위를 발동해서 피하세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IKEA가 뭐였죠?

2. 탈분극, 재분극, 이온 재배치 중에 에너지를 사용한 것은 무엇인가요?

3. 나트륨-칼륨 펌프가 작동하면, 몇 개씩 어디로 이동하나요?

4. 슬리퍼는 잘 피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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