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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Feb 01. 2024

만약 세뱃돈으로 천 원을 받는다면?

전기치료, 저주파, 중주파, 설날, 추석에도 주세요


여러분은 세뱃돈을 얼마나 주거나 받으시나요?


세월이 지나도 세뱃돈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네요. 세뱃돈을 받는 아이들은 서로 세뱃돈 자랑배틀에 SNS 인증까지 하고, 세뱃돈을 주는 어른들은 적정금액에 대해 중학생은 3만원이다, 고등학생은 5만원이다, 인터넷상에서 논쟁을 펼치고 있군요. 저도 받기만 할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줘야 하는 상황이라 매년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조금 다른 고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세뱃돈을 주는 방식을 색다르게 바꿔보는 거예요. 물리치료에서 전기치료를 할 때도 전류를 보내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서 두 상황을 빗대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리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저주파(low frequency) 치료기는 1,000Hz 이하의 주파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며, 1/1,000초에 한 번씩 +, -을 진동하며 전류를 보냅니다. 우리 몸의 신경세포는 자극에 대해 반응이 일어나고 다시 다음 반응이 일어나기 위해서 최소 1/1,000초의 휴식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주파는 신경세포의 적절한 휴식 시간을 제공해 주며 동시에 전기자극을 우리 몸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극과 함께 근육 수축이 동시에 일어나는 방식을 동시 탈분극(synchronous depolarization)이라고 합니다.


탈분극(depolarization): 안정적으로 아무런 자극이 없는 분극 상태를 벗어나, 자극에 대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활동전위가 발생하여 분극이 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off에서 on으로 스위치가 켜졌다고 생각하면 돼요.     
주파수(frequency): 1초당 발생하는 주기의 수. 주기는 하나의 자극이 걸리는 시간을 말하는데요, 하나의 주기를 한 번의 자극이라고 생각하면 1초당 반복되는 자극의 수가 바로 주파수입니다. 그래서 1,000Hz의 저주파는 1초당 1,000번의 자극이 주어지는 것이고, 4,000Hz의 중주파는 1초당 4,000번의 자극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물리치료용으로 사용되는 중주파(median frequency) 치료기는 1,000~100,000Hz 사이의 주파수로, 저주파보다 더 많이 진동하며 전류를 보냅니다. 수치만으로 보면 4,000Hz의 중주파가 1,000Hz의 저주파보다 1초당 진동이 더 많아서 자극 전달이 잘될 것 같지만, 자극과 자극 사이의 시간이 1/4,000초로 너무 짧아서 오히려 자극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경세포는 최소 1/1,000초의 휴식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미 탈분극 한 신경세포에 1/4,000초로 계속 자극을 주어도 반응하지 않는 것이죠. 그래도 4,000Hz의 중주파 전류는 어느 정도 가중(summation)된 후에 비로소 자극을 느끼고 근육을 수축하게 되는데요, 이를 길데마이스터 효과(Gildemeister effect)라고 합니다.      


가중(summation): 두 개 이상의 자극이 더해져서 더 큰 자극이 되는 과정. 백지장도 맞들면 낫죠?   


아래는 전류, 위는 신경의 반응입니다~ 중주파는 길데마이스터 효과 이후에 반응이 나타나요~


이처럼 중주파 전류로 우리 몸의 신경세포에 전기자극을 하면 한동안 반응이 없는 잠복기(latency)를 가진 후에 근육을 수축하는데 이를 비동시 탈분극(asynchronous depolarization)이라고 합니다.


중주파 길데마이스터 효과 비동시 탈분극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설날에 받는 세뱃돈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세뱃돈을 기대보다 적은 액수인 1,000원을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당황스러움을 어쩌죠? 그런데 또다시 1,000원을 더 받습니다. 그리고 또 1,000원, 또 1,000원... 이렇게 계속 1,000원씩 받다 보면 처음의 실망감이 조금씩 사그라듭니다. 그러다 5,000원이 되고, 10,000원이 되고, 50,000원이 되면 이제야 환희의 미소가 지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돈이 누적되면서 점차 환희의 미소를 띠는 것을 ‘길데마이스터효과’라고 볼 수 있고 처음에 1,000원에는 실망했다가 나중에 환희의 미소를 띠는 것을 ‘비동시 탈분극’이라 할 수 있겠죠?

      

이번엔 50,000원을 한 번에 받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바로 환희의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얼마 후 50,000원을 더 받으면 세배를 한 번 더 하고 싶어질 겁니다(세배는 절대 두 번 하면 안 돼요~). 이처럼 저주파 전류는 신경을 흥분시킬 간격이 적절해서 자극마다 바로 반응이 일어나서 근육을 수축하는 ‘동시 탈분극’에 비유할 수 있겠죠? 중주파찔끔찔끔 1,000원씩~, 저주파한 방에 50,000원! 이것만 기억해요~     

할머니 앞으로 전화 자주 할테니 그 돈 거두어주세요~

이번 설에는 세뱃돈 액수에 대한 고민보다 즐거운 이벤트를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저주파 방식으로 세뱃돈을 주었다면, 이번엔 중주파 방식으로 당황함을 연출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더욱 기억에 남는 설날이 되지 않을까요?      


벌써 다가올 설날이 여러모로 기대되는군요!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정말로 중학생은 세뱃돈을 얼마 줘야 하죠?

2. 물리치료용 저주파중주파 치료기가 집에 있는지 확인해 봅시다.

3. 저주파중주파 전류가 우리 몸에 전달되는 원리를 세뱃돈을 비유해서 설명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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