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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Jul 01. 2024

허리는 돌아가지 않아요~

돌기관절, 허리 돌리기, 서태웅, 정우성, 슬램덩크, 다시 연재해 주세요

둘째에게 전화가 왔네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나 봅니다.

 

“아빠 어디야?”

“그린공원에서 걷고 있어~”


“알았어~ 근데 아빠, 거긴 그린공원이 아니고 근린공원이야”     


아.... 나무가 많아서 푸른공원이란 뜻의 그린공원이 아니었군요! 10살짜리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도시에 있는 주택가 주변의 가까운 공원이라는 근린공원의 의미를 이제야 배웠네요. 그 순간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서태웅이 속한 북산고는 전국 대회 예선 2차전에서 우승 후보인 산왕공고를 만납니다. 북산고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서태웅 또한 산왕고 에이스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있었죠. 산왕고 에이스가 슛 하려는 순간 서태웅이 파울까지 하며 막아보지만 바스켓 카운트(수비자는 파울을 받고, 공격자에게는 프리드로우 1개가 주어짐)를 주고 말죠. 그 후 회상씬으로 넘어갑니다. 회상에는 윤대협(능남고 에이스)과 서태웅이 1대 1로 근린공원(이제야 명칭을 제대로 씁니다...)에서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윤대협은 서태웅에게 본인보다 더 잘하는 녀석이 있다면서 이름을 알려주죠. "그 이름은 정성우". 다시 농구 코트로 장면이 넘어옵니다. 서태웅은 코트에 넘어져있는 산왕고 에이스를 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정성우? 정우성이잖아,,, 멍청아!!’
이 장면 다음에 서태웅의 눈빛이 떠오르신다면 당신은 울트라매니아!


산왕고 에이스의 이름은 정성우가 아니라 정우성이었습니다. 둘째도 아빠에게 속으로 멍청이라고 했을까요? 이불킥 멘탈을 고쳐 잡고 다시 근린공원을 걷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고수 노부부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두 분 모두 절대 발을 떼지 않고 랠리를 합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기도 하고(제발 응아 좀 치워주세요. 걸을 때 밟으면...), 놀이터에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부부가 있네요(우리의 미래를 잘 부탁드립니다!). 운동기구 주변은 항상 사람이 많습니다. 운동기구에 자리가 나기 바쁘게 다른 분이 앉으시네요. 고령화 시대를 앞당긴 건, 의학기술의 발전보다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는 인식이 더 영향을 주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맞아요. 어떤 운동이든 하기만 하면 건강해집니다. 잘 안 해서 문제죠. 하지만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게 되면 또 다른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어깨 돌리기 기구 앞에서 서서 팔을 뻗어 경운기 시동 걸듯이 또는 맷돌을 돌리듯이 계속 돌리시는 분이 있습니다. 어깨는 날개뼈와 함께 움직여야 정상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깨만 돌리게 되면 근육이나 힘줄에 염증을 초래하게 됩니다(이 내용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옆에 있는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에서는 꽈배기를 비틀 듯이 허리를 돌리는 분도 계십니다(발끝은 왼쪽, 코끝은 오른쪽으로 보고 계시네요;;). 허리는 인체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는 곳이기에 원래 잘 돌아가지 않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입니다. 하지만 운동기구 이름에는 떡하니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라고 되어있으니 사람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죠. 이번에는 허리의 구조를 알아보며 허리는 왜 돌아가지 않는지? 왜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의 명칭이 잘못됐는지 알아볼게요.

무리하게 돌리면 허리가 더 아파요~ 천천히~

허리(lumbar)는 우리 몸의 앞쪽에 있는 배의 뒤쪽을 말하며, 척추 중에 머리 쪽에서부터 꼬리 쪽으로 순서대로 목뼈, 등뼈 다음으로 있는 허리뼈 5개로 구성된 부분입니다. 허리뼈는 앞쪽에 있는 척추뼈 몸통과 몸통 사이에 디스크가 있고, 허리뼈 뒤쪽에는 돌기관절(facet joint)이 있어서 허리뼈들 사이를 서로 관절하며 허리의 움직임을 안내합니다. 돌기관절은 허리뼈 뒤쪽으로 위와 아래에 각각 양쪽으로 두 개씩 있으며, 위쪽 허리뼈의 아랫면 돌기관절아래쪽 허리뼈의 윗면 돌기관절과 서로 만나 관절합니다.


그런데 명칭과 구조가 조금 어렵죠? 그렇다면 돌기관절을 종이컵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평소 종이컵을 한 곳에 보관할 때 종이컵을 일렬로 쌓죠? 이처럼 허리뼈들도 일렬로 고정하기 위해 허리뼈마다 뒤쪽에 종이컵 같은 돌기관절이 붙어 있어서 허리뼈마다 종이컵 하나씩 쌓여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종이컵을 보면 우리가 입을 대는 윗면은 넓고 아랫면은 좁습니다. 종이컵의 윗면을 허리뼈의 윗면 돌기관절, 종이컵의 아랫면을 허리뼈의 아랫면 돌기관절이라 볼 수 있고, 두 종이컵을 쌓으려면 위쪽 종이컵의 아랫면아래쪽 종이컵의 윗면이 닿는 원리와 같습니다(위 단락의 색깔과 일치시켜 보세요~).

종이컵이 쌓여가듯 허리관절도 차곡차곡 포개집니다~

한 50개 정도 쌓여있는 종이컵을 한 손으로 들고 갈 때 종이컵이 앞뒤좌우로 휘는 걸 보신 적 있으시죠? 이처럼 허리뼈의 돌기관절도 허리뼈를 앞뒤(굽힘과 폄), 좌우(가쪽굽힘)로 움직이는데 특화된 관절입니다. 그런데 허리뼈를 돌린다고 생각하면 뒤에 있는 종이컵이 어떻게 이동해야 할까요? 쌓여있는 종이컵 상태로 아래쪽 종이컵이 고정된 상태에서 위쪽 종이컵이 수평이동해야 허리뼈는 돌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런데 종이컵이 겹쳐져 있는 상태에서 수평이동할 수가 없죠? 그래서 허리뼈는 돌림에 제한적인 구조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허리뼈 몸통을 오른쪽으로 돌릴 때 뒤에 있는 위쪽 허리뼈의 아랫면 돌기관절은 왼쪽으로 수평이동해야 하지만, 아래쪽 허리뼈의 윗면 돌기관절에 막혀서 움직이지 않아요. 이전 글인 "이미 알고 있는 짝힘"을 보시면 돌림의 방향에 대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종이컵은 단지 돌기관절이 포개져있는 표현일 뿐,  그 자리에서 돌아가진 않아요^^

그런데 왜 우리는 일상에서 허리를 돌린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까요? 지금 일어서서 허리를 한번 돌려보시면, 배꼽이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허리가 돌아간다는 착각을 하게 하죠. 하지만 실제로 허리는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돌림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그 위치에 가만히 있는 채로 허리뼈의 아래에 있는 엉치뼈(sacrum)와 연결된 골반(pelvic)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배꼽이 좌우로 움직입니다. 또한 골반은 골반 양옆에 연결된 넙다리뼈(femur)와 함께 엉덩관절(hip joint)을 형성하고 있고, 이 엉덩관절이 안가쪽으로 돌림 하면서 골반을 돌리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허리 돌리기의 정확한 명칭은 골반 돌리기였습니다. 인터넷에도 허리 돌리기라고 검색하면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 ‘허리 비틀기 운동기구’가 검색됩니다. 이젠 허리는 돌려서도 안되고 근린공원에 있는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는 골반 돌리기 운동기구라는 걸 아시겠죠?

    

자꾸 방금 전 둘째의 음성이 맴도네요.

혹시 둘째가 속으로,


‘그린공원이 아니라 근린공원이야 멍청아’라고 한건 아닐지....

<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슬램덩크 좋아하세요?

2. 허리의 움직임을 종이컵 5개를 연결해서 만들어보세요.

3. 근린공원에 있던 허리 돌리기 운동기구의 정확한 명칭은 무엇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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