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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보람 Jul 28. 2024

강한 다리의 필수 근육. 모음근들

파리 올림픽, 금메달, 펜싱, 오상욱, 손흥민, 류현진, 레츠고

오상욱 선수! 펜싱 사브르 그랜드슬램 달성!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오상욱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사브르 종목 개인전에서 대한민국 남자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예선 경기 내내 압도가 무엇인지 보여주며 대한민국 펜싱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해 나갔습니다. 구본길 선수를 꺾고 올라온 튀니지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초반부터 압도하며 14대 5로 손쉽게 이길 거라 예상했지만, 14대 11까지 맹추격을 당하며 위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특유의 시원하고 과감한 런지 동작으로 마지막 득점을 달성했습니다. 승리와 함께 포효하며 경기장을 달려 나가 192cm 큰 키로 감독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아직도 선하네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해 주신 오상욱 선수에게 그동안 훈련했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상욱 선수의 빠르고 정확했던 마지막 런지 동작에서 얼마나 훈련을 많이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펜싱은 양 발을 앞뒤로 벌려놓고 빠르게 앞과 뒤로 이동해 가며 다리 근육의 순간적인 강력한 힘을 사용합니다. 특히 다리 근육 중에 모음근들(adductors)은 다리의 안쪽에 부착되어 다리를 안쪽으로 모으는 것이 주 작용이지만, 다리의 안쪽돌림을 보조 작용하기도 하고, 다리가 놓인 위치에 따라 다리의 굽힘과 폄에도 작용하기 때문에 다리 근육들 중에 가장 다양한 동작에 활용되는 근육입니다. 그만큼 손상당하기도 쉬운 근육이기 때문에 오상욱 선수도 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훈련이 있었을 것입니다. 모음근의 활용은 펜싱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의 선수들 부상에 관한 기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브라질 대표팀 소속 네이마르 선수는 이전에 부상당한 내전근(모음근)이 다시 재발하여 리그 경기 세 경기 결장’
‘프리미어리그의 울버햄튼 팀의 황희찬 선수 모음근 부상으로 웨스트햄전 결장’
‘황인범 왼쪽 내전근 불편함으로 튀니지와 A매치 전 풀타임 출전 불가’     


축구선수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손상 부위인 햄스트링(뒤넙다리근, hamstring)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다치는 사타구니(서혜부) 손상도 갑작스러운 스프린트나 강한 킥을 할 때 모음근의 갑작스러운 신장으로 발생합니다. 축구에서 인사이드 드리블이나 패스는 오목한 발의 안쪽면을 이용해서 공을 더 정교하게 다루거나 상대방에게 공을 전달할 때 사용합니다. 이때 다리의 정교한 움직임을 할 때도 엉덩관절의 모음근들을 사용합니다.     

엉덩관절 모음근들: 긴모음근(adductor longus), 짧은모음근(adductor brevis), 큰모음근(adductor magnus), 두덩근(pectineus), 두덩정강근(gracilis) 등으로 두 다리가 몸의 중심 쪽으로 모을 수 있게 작용하는 근육     


발의 안쪽면을 인사이드라고 하는데, 이곳은 비단 패스나 드리블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사이드 슈팅을 통해 키퍼의 위치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빈 곳을 향해 찰 수도 있고, 인사이드 크로스나 프리킥을 통해 공의 궤적을 예측할 수 없도록 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때 인사이드 패스보다 강력한 힘이 필요합니다.

감차의 신! (파란색 화살표는 모음근들의 활성방향입니다)

오른발잡이면 오른발 인사이드로 강하게 공을 차기 위해 오른쪽 엉덩관절을 왼쪽으로 움직입니다. 이러한 동작은 고정된 오른쪽 골반에 대해 오른쪽 넙다리뼈가 움직이기 위해 오른쪽 모음근이 골반쪽을 향해 짧아지는 동심성 활성(concentric activation)을 통해 일어납니다. 게다가 디딤발인 왼발의 안정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골반의 안정적인 지지는 왼쪽 골반의 가쪽면에 있는 중간볼기근(gluteus medius)이 서서히 늘어나는 편심성 활성(eccentric activation)을 통해 일어납니다. 게다가 오른발을 더 안쪽으로 움직이기 위해 골반을 오른쪽 아래로 기울여야 합니다. 이러한 골반이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동작은 고정된 왼쪽 넙다리뼈에 대해 골반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도록 왼쪽 모음근육들이 다리 쪽을 향해 짧아지는 동심성 활성을 통해 일어납니다. 이처럼 한쪽 다리를 모으는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양쪽의 모음근이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류현진, 16년에 두 번, 19년에 한 번 내전근(모음근) 손상’
‘양현종 모음근 통증으로 조기 강판’
‘내전근 손상으로 구자욱 3~4주 결장, 박병호와 최정 조기 교체, 김민성 2~3주 엔트리 제외’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들의 20%가 모음근 손상이 있을 만큼 모음근은 손상이 많은 부위입니다. 투수가 강한 송구를 할 때 모음근에 강한 힘이 들어가며, 타자의 경우는 강한 타격과 무리한 슬라이딩으로 인해 손상이 빈번히 일어납니다. 투수가 투구를 할 때 앞으로 내딛는 디딤발의 긴모음근넙다리뼈 보다 아래로 내려가서 다음 동작의 엉덩관절 폄에 작용하고, 뒤에 쳐져 있는 다리의 긴모음근넙다리뼈 보다 앞으로 올라가서 다음 동작의 엉덩관절 굽힘에 작용합니다. 한 번의 투구 동작으로 양쪽 모음근이 모두 작용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손상될 수 있는 것이죠. 실제 왼손 투수인 류현진과 양현종은 왼쪽 모음근의 손상이 있었으며, 오른손 투수인 플럿코도 왼쪽 모음근의 손상이 있었으며, 오른손 투수인 김원중과 김상수는 오른쪽 모음근의 손상이 있었습니다.   

제구의 신!(빨간색 화살표는 모음근들의 활성방향입니다)

타자들의 도루와 같은 빠른 스프린터가 필요한 동작에서도 모음근이 작용합니다. 달리는 동작은 다리를 굽히고 펴는 근육만 작용할 것 같지만, 엉덩관절이 굽힌 위치에 있으면 넙다리뼈 뒤쪽으로 긴모음근이 이동해서, 엉덩관절 폄을 위한 힘선을 가지게 되고, 엉덩관절이 폄 된 위치에 있으면 넙다리뼈 앞쪽으로 긴모음근이 이동해서, 엉덩관절 굽힘을 위한 힘선을 가지게 됩니다. 이처럼 모음근의 작용이 다리를 모음 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가파를 산을 오를 때에도 다리를 앞뒤로 굽히고 펴는 동작에 활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리 운동 시 모음근의 운동을 잊지 말고 함께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헬스장에서 다리를 벌렸다 오므리는 조금 민망한 운동 아시죠? 그거 다리운동의 필수입니다!).

     

오상욱 선수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직후 인터뷰에서 경기 막판 14대 11의 추격을 허용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감독님의 ‘네가 최고다’라는 말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도 오상욱 선수도 모두 최고입니다!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1. 공을 인사이드로 찰 때 디딤발의 모음근들은 골반과 넙다리뼈 중 어느 뼈를 움직이나요?

2. 다리를 굽힘 상태에서 긴모음근은 다음 동작에 어떤 움직임을 보조할까요?

3. 우리나라는 언제 다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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