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경직근, 길항근, 상호억제, 자가억제, 신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뇌졸중(stroke)의 대표적인 증상인 반신마비(hemiplegia)는 손상된 뇌의 반대쪽 팔과 다리에 운동과 감각마비를 나타냅니다. 뇌졸중 초기에는 팔과 다리가 축 늘어지는 이완성(flaccid) 마비 형태가 나타나고, 이어서 신경학적 반사가 일어나면서 경직성(spasticity) 마비로 진행됩니다. 경직(spasticity)은 팔다리의 척수 반사가 항진되고 근육의 긴장도가 상승해서, 의도하지 않은 강한 수축으로 자발적인 움직임의 어려움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주는 증상입니다.
'경직'은 책이나 웹상에서 '강직(rigidity)'이라는 용어와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어서, 경직을 뜻하는 의학용어인 spasticity가 적혀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경직근(경직이 일어나는 근육)의 과도한 활성과 경직근의 기능을 억제 또는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길항근의 활동을 억제로 인해, 관절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팔은 주로 굽힘 동작만, 다리는 주로 폄 동작만 일어나는 공동운동패턴(synergy pattern)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직은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 활동에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경직을 억제하는 다양한 치료 중에 전기치료는 다른 치료에 비해 안전하고, 부작용도 적기 때문에 가장 선호하는 기본적인 치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기치료는 내 몸에서 흐르는 생체전기신호 대신에 외부에서 전기를 흘려주어, 손상된 근육을 활성화하거나 통증을 제거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자주 보는 저주파 치료기는 근육의 수축력을 증대시키고 관절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거나, 티비 예능에서 가끔 벌칙에 사용되어 의도하지 않은 근육의 활성을 통해 재밌는 동작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근육의 수축을 유도하는 전기치료를
뇌졸중 환자의 경직근에 실시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경직근은 사소한 자극에도 과도하게 활성되기 때문에 전기치료를 적용한다면, 오히려 경직을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까요? 상식적으로 근육의 긴장도가 높은 경직근에 전기적인 자극을 준다면, 경직근은 더욱 긴장할 것입니다. 그런데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경직근에 전기치료를 하는 모습을 직접 환자로써 당하거나, 보호자로서 관찰한다면 상당히 놀라겠죠? 갑자기 이런 상황에 놓이면 환자는 치료사에게 "지금 뭐 하세요? 치료사 선생님!"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거나, 말을 못 한다면 치료받는 내내 속이 불편하실 겁니다. 환자와 치료사 간의 신뢰가 무너지기 전에 다음 내용을 아신다면 마음이 좀 편하실 겁니다. 치료사가 다음 내용을 설명해 준다면 더욱더 좋겠네요. 지금부터 경직근과 길항근의 전기치료 기전을 알아보며 환자와 치료사 간의 관계도 개선해 봅시다.
먼저 '길항근 전기치료 기전'을 알아보겠습니다. 경직이 일어나는 경직근의 반대편에 있는 길항근에 전기자극을 하면, 전기자극이 Ⅰa-감각신경에 전달되어 척수를 지나 흥분성 사이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게 되고, 이는 α-운동신경에 전달되어 길항근을 수축합니다. 이와 동시에 길항근에서 전달된 전기자극이 억제성 사이신경세포에도 전달되어 이 억제성 신호는 경직근의 α-운동신경을 전달되어 경직근을 이완합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팔꿉관절을 굽혀볼게요. 팔꿉관절을 굽히면 우리가 흔히 알통이라고 부르는 위팔두갈래근(biceps brachii)이 수축해서 부피가 커질 것입니다. 그런데 위팔두갈래근의 반대쪽에 있는 위팔세갈래근(biceps brachii)이 위팔두갈래근의 수축과 동시에 늘어나 주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팔꿉관절이 굽혀진 이후에 뒤쪽 근육에 당김으로 인해 팔꿉관절을 제대로 굽힐 수 없을 것입니다. 굽히는 근육을 원활하게 수축하기 위해 피는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반대로 피는 근육을 원활하게 수축하기 위해 굽히는 근육을 이완하는 원리입니다. 이처럼 원하는 근육을 원활하게 수축하기 위해 반대편 근육을 이완하여 서로 활성화를 돕는 기전을 상호억제(reciprocal inhibition) 기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직이 발생하는 근육의 반대 부위 근육인 길항근의 전기자극이 경직근의 경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경직근 전기치료 기전'을 알아보겠습니다. 경직이 일어나는 근육에 전기자극을 하면, 전기자극이 Ⅰa-감각신경에 전달되어 척수를 지나 흥분성 사이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게 되고, 이는 α-운동신경을 흥분시켜서 경직근을 수축합니다. 이때 경직근 수축으로 인해 경직근의 양쪽 끝에 뼈와 연결하는 힘줄(tendon)이 늘어나게 되고, 힘줄에 있는 Ⅰb-감각신경에서 힘줄의 신장을 감지하고 척수를 지나 억제성 사이신경세포를 통해 늘어난 힘줄을 원위치로 되돌리기 위해 경직근의 α-운동신경을 억제시켜서 경직근을 이완합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 모두 헬스장에서 아주 무거운 아령을 든다고 상상해 볼게요. 팔꿉관절을 굽혀서 몇 번 들다 보면, 위팔두갈래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아령을 바닥에 내려놓게 됩니다. 감당할 수 있는 부하 이상의 수축력이 위팔두갈래근에 작용하게 되면, 위팔두갈래근의 힘줄에서 강한 신장력이 감지되어 더 이상 위팔두갈래근이 수축하지 못하게 합니다. 굽히는 근육을 이완하기 위해 굽히는 근육을 더 수축시켜서 스스로 이완하게 하거나, 반대로 피는 근육을 이완하기 위해 피는 근육을 더 수축시켜서 스스로 이완하게 하는 원리입니다. 이처럼 이완이 필요한 근육에 강한 자극을 통해 이완을 시키는 기전을 자가억제(autogenic inhibition) 기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경직근에 직접 전기자극을 통해 경직근이 스스로 이완되어 경직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아픈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 치료를 받았을 때, 혹시나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는지, 치료사가 실수하지는 않았는지 의심스러울 수 있습니다. 치료사는 환자의 아픈 부위에 근거를 기반으로 치료를 시행할 때, 환자나 보호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할지 고민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오해 없이 원활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한 발씩 다가가야 할 것입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치료사의 치료에 신뢰를 두고, 치료사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치료 과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통해 믿음을 주어야 비로소 몸과 마음에 대한 진정한 치료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까워지려면~ 서로 다가가야 합니다~
< 이 글을 읽고 다음을 생각해 보세요 >
1. 길항근 전기자극 기전을 설명해 보세요.
2. 경직근 전기자극 기전을 설명해 보세요.
3. 어려우시다면, 전기치료를 어딜 붙여도 괜찮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