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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본희 Mar 21. 2023

4. 감사원 출신 감사관에 대한 기대

개방형 경기도 감사관 직위는 필자가 부임하기 전부터 감사원에서 부임하였고 필자는 4번 째였다. 김문수 지사 시절에 경기도의 청렴도 수준을 높이기 위해 내부 직원을 배제하고 외부 감사원 출신을 기용한 것이다. 기존 감사원 출신 감사관들이 감사업무를 잘 수행해서인지 필자에 대한 기대도 컸다. 감사부담 때문에 일 추진이 원활하지 않으니 감사실에서 미리 사업추진을 검토하고 그 의견을 줄 수 없느냐는 문의를 하는 직원도 있었다. 행정 2부지사도 업무설명 과정에서 일선부서에서 요청하는 경우 감사실이 사후에 감사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의견을 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필자는 미국 감사원에서 5개월여 기간 동안 성과감사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 영미권 선진국의 감사시스템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영미권에서도 업무처리 후에 이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감사가 이루어지고 업무처리 전에 미리 공식적인 의견을 주는 제도는 없다. 아마 전 세계의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감사제도를 운영한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업무처리 전에 미리 공식적 의견표명을 하는 경우 검토나 판단이 잘못되었을 때 이에 따른 책임을 감사실이 지게 되므로 감사실 직원 어느 누구도 이를 찬성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알고 있던 일선부서 직원으로부터 "사후에 감사를 할 때는 감사 적발을 위해 감사대상 업무에 대해 그렇게 깨알같이 훑으면서 그 노력으로 사전에는 미리 검토해 줄 수는 없나요?"라는 불만을 듣게 되었다. 


맞는 말이었다. 업무 기안을 담당하는 하급 직원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어도 명확하지 않은 규정이나 상황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자기 나름의 방향을 잡아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우 나중에 감사지적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자기는 지금 당장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감사실에서 이를 검토해 주기가 어렵다거나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답변한다면 심각한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로 감사실에서 이러한 평가를 내린 사안이라면 사후에 문제가 발생해도 감사를 하면 안 된다. 업무담당자와 감사실 모두 판단이 어려운 사안이어서 어쩔 수 없이 당시 최선의 판단 하에 하나의 방안을 선택했는데 사후에 "그때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라는 식으로 감사를 하는 것은 '지적을 위한 감사'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지 않은 것이다. 감사실이 그 업무를 담당했어도 발생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도 사후평가하여 책임을 묻는다. 감사실은 업무처리 전에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는 관심이 없고 사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완벽한 일처리가 아닌 것으로 처리한다. 문제가 발생했으니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는 식으로 업무담당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과도한 문책을 한다. 일선 공무원들 중에 "감사실 앞으로는 지나가기도 싫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보았는데 이러한 감사방식을 극도로 혐오해서 이다. 이러한 감사행태로 인해 일선 공무원들은 감사실에 미리 의견을 요청하고 싶고 "이렇게 힘든 사안을 처리하는데 나중에 뒤통수를 치는 식으로 문책하지 말아 달라"라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일선 공무원이 힘들게 요청하는데도 그 사람들의 의지처가 되지 않고 책임이 두려워 미리 감사의견을 주지 않고 사후감사만 하겠다고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감사업무를 수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어려운 문제에 대하여 신속하게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경험도 많았다. 감사원 근무 시 필자의 판단이 결재과정에서 바뀌는 일도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감사실 직원들이 싫다고 하더라도 직원들에게는 사실관계 확인 등 보조역할만 수행하게 하고 내 책임 하에 판단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방식이라면 가능하지 않느냐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침 행정 1부지사가 주재하는 간부회의에서 사전컨설팅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행정 1부지사가 "사전컨설팅이 가능하겠느냐"라는 질의를 하자 "그렇다"라고 답변을 함으로써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실시하는 단초를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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